삼성전자 노동조합 관계자의 발언이 선을 넘었다. 이송이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부위원장이 조합원 소통방에서 "분사할 거면 하고, 삼성전자는 우리가 그냥 없애버리는 게 맞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이 부위원장은 "노동자의 권리와 조합의 정당한 활동이 존중받는 방향으로 삼성전자가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지만 회사 경쟁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노조 고위 간부의 말로는 지나치게 경솔하다. 기업의 파멸과 대량 실업, 나아가 국가경제 파국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태를 선택지로 든 것은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부적절하다.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삼성전자 직원들의 글을 보더라도 단순한 전략적 강성발언이라고 무시할 분위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블라인드에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중국업체로 이직해 기술을 유출하겠다는 사내 여론이 있다는 글과 '대규모 사직 사태 간다'는 글 등이 삼성전자 임직원 명의로 게시됐다.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생산라인이 멈추는 사태는 피하겠지만 이같은 과격한 발언은 무형의 타격을 준다. 삼성전자의 고객사인 글로벌 빅테크기업들에겐 공급안정이 중요하다. 내부의 극심한 갈등이 공급 불안정 신호로 인식돼 수주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과유불급 물극필반(지나침은 부족한 것보다 좋지 않고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대로 돌아온다)'이라고 SNS에 남긴 것은 삼성전자의 상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반도체기업의 선전으로 우리 경제가 생기를 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조도 이런 현실을 알기 때문에 요구의 강도를 높였을 수 있다. 노조 텔레그램 소통방에 "어디 코스피 시원하게 빼 보자"는 글이 올라온 것은 시장 충격을 협상 카드로 활용한다는 인상을 준다.
반대로 이같은 삼성전자의 중요성은 정부의 개입에 명분을 준다. 만약 노조가 법원 결정에도 쟁의 강도를 높인다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양대 노총까지 가세하면 노·정 대립이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등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회사와 국가경제의 미래를 생각하는 차원에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요구사항을 조정해야 한다. 그게 대혼란을 막는 길이다. 아울러 노란봉투법이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해 '책임지지 않는 파업'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즉시 제도 개선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