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공시 인증 의무화 필요성[MT시평/김범준]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2026.05.29 02:38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지속가능성(ESG) 공시제도화 방안(초안)'을 발표했다. 2028년부터 연결기준 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하고, 단계적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공시기준은 IFRS(국제회계기준) S1(일반)과 S2(기후)를 수용한 한국지속가능성 공시기준(KSSB)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사슬 전체에서 간접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뜻하는 스코프3 배출량은 3년을 추가로 유예해 2031년부터 공시하고, 지속가능공시에 대한 제3자 인증도 자율적으로 시행 후 의무화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공시채널도 거래소 공시로 시작한 후 법정공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안은 2021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업공시제도 종합개선 방안'에 비해 도입시기와 범위가 많이 축소됐다. 기존 안에서는 지속가능공시를 2025년부터 의무화할 계획이었으나, 도입 시점을 3년 늦췄고 공시대상도 자산 2조원 이상에서 연결기준 자산 30조원 상장기업으로 대폭 축소했다. 특히 지속가능성 공시 내용에 대한 제3자 인증을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시내용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

선진국은 지속가능성 공시와 인증을 함께 의무화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에 따라 2024년 대기업부터 지속가능공시가 의무화됐으며, 올해 상장중소기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공시 범위도 스코프 1,2,3 온실가스와 함께 이중중대성 기반으로 광범위한 내용이 포함된다. 또한 모든 공시대상 기업에 대해 '제한적 확신' 수준의 제3자 인증을 의무화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가 '기후공시 3법'을 통해 2026년부터 스코프 1,2,3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 재무위험 공시, 제3자 인증을 의무화했다. 싱가포르도 국제지속가능성 공시기준(ISSB)을 전면 수용해 2025년부터 모든 상장사에 기후공시를 의무화했고, 2026년부터 대기업을 대상으로 스코프3 온실가스 공시를 의무화했다. 또한, 2029년부터 지속가능공시에 대한 제3자 인증도 의무화했다. 즉, 지속가능공시를 의무화한 선진국들은 최소한 '제한적 확신' 수준의 제3자 인증을 함께 의무화했고, 향후 '합리적 확신'으로 전환 계획도 준비 중이다.

지속가능성 정보는 투자와 대출 그리고 공급망을 결정하는 핵심 정보일 뿐만 아니라, 자본비용을 낮추는데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정보는 경영자의 재량과 측정의 불확실성이 커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에 의한 제3자 인증 없이는 그린워싱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 따라서 향후 발표될 금융위원회의 최종안에는 지속가능공시에 대해 '제한적 확신' 수준의 제3자 인증을 의무화하고, 향후 '합리적 확신'으로 전환 일정을 로드맵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인증인의 자격, 독립성 및 품질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감독체계도 수립해야 한다. 이는 지속가능공시가 단순한 홍보자료가 아닌 이해관계자가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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