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타 과학자'는 만들어진다

박건희 기자
2026.06.04 04:00

'스타 감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스타 요리사, 스타 운동선수 역시 생각의 고리를 몇 번 거치지 않아도 가뿐히 떠오른다. 그런데 R&D(연구·개발) 예산을 매년 수십조 원 투자하고 그래핀, 태양전지, 메타물질에서 세계적인 성과도 많은 이 나라에 '스타 과학자'는 왜 없을까.

어느 집단에나 선망의 대상이 있다. 한 사회의 '아이돌'은 대개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순위로 드러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엔 1위 운동선수, 2위 의사, 3위 콘텐츠크리에이터였다. 이때 장래희망은 직업보다 꿈에 가깝다. 멋지고 부러운 존재이자 존경할 만한 대상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대표 모델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 게다가 이들의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만년 '스테디셀러'다.

상황은 고교부터 달라진다. 지난해 고등학생이 꼽은 장래희망은 1위 교사, 2위 간호사, 3위 생명과학자 및 연구원이었다. 생명과학자는 2023년에도 3위였다. 당시 4위는 컴퓨터공학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빅테크(대형 IT기업)가 개발자 채용을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신약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때다. 안정적인 일자리 혹은 고소득 직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2025년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5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고용시장이 불안하면 인기도 없어지는 게 직업으로서 장래희망이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어느 순간 우리나라에 스타 과학자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이가 선망하고 어른이 존경하는 과학자가 근 20년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업으로서 과학자만 남아서다. 국가대표 과학자를 다룰 때도 연봉과 처우개선에만 논의가 집중되는데 수십억 원을 주는 빅테크와 견주기 어렵다. '스타' 대우가 필요한 이유다.

꿈으로서 장래희망은 다르다. '하고 싶으니까' 하고 '멋져서' 시도한다. 그 모델이 돼줄 2026년의 스타 과학자가 필요하다. 과학자의 오랜 연구 끝에 나온 손톱만 한 칩이 공개되면 모두가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자주 보여야 한다. 외국 정상을 만나는 자리에 당당히 한국 대표로 선 과학자의 모습도 필요하다. 당연하다. '스타는 만들어진다'는 명제는 과학에서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건희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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