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지난 27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시장의 시선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보다 466% 뛰었다는데 쏠렸다. 그러나 이번 기업공개(IPO)에서 중요한 것은 주가가 아니라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금 조달 구조가 변했다는 사실이다.
창신메모리의 상장은 정부 지원에 의존해온 중국 메모리 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낸드 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까지 상장하면 중국은 D램과 낸드를 아우르는 메모리 산업 전반을 자본시장과 연결하게 된다. 양쯔메모리는 지난 5월 중신증권과 상장 전 지도 절차에 들어갔다.
창신메모리의 성장 과정은 중국식 반도체 육성 모델을 압축해 보여준다. 국가 반도체기금과 지방정부, 국유 금융기관이 초기 위험을 부담해 기업을 키우고 사업 기반이 갖춰지면 증시에 올려 다음 성장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창신메모리는 2016년 허페이 지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출발했고 이번 IPO로 579억2000만위안, 약 86억달러를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AI(인공지능) 붐은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IPO를 앞당기는 획기적인 발판이 됐다. 창신메모리는 10년 가까이 적자를 이어오다 D램 수요 급증 덕분에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낸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설립 이후 쌓인 누적 손실을 모두 지웠다.
하지만 AI 호황만으로 창신메모리의 상장 첫날 주가 폭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낮은 공모가와 전체 지분의 6.73%에 불과한 제한된 유통물량이 주가 상승폭을 키운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정부가 메모리 산업을 육성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투자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산업은 기술만큼 자본이 중요하다. 첨단 생산시설 건설과 공정 전환에는 수십조원의 투자가 반복적으로 필요하다. 상장기업은 IPO 이후에도 유상증자와 회사채·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계속 조달할 수 있다. 창신메모리에 이어 양쯔메모리까지 증시에 입성하면 중국은 D램과 낸드를 아우르는 메모리 산업 전반에 장기간 자금을 공급할 자본 플랫폼을 갖추게 된다.
이는 메모리 산업의 공급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메모리 업황은 가격이 오르면 업체들이 증설에 나서 공급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가격을 끌어내리는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창신메모리가 자본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생산을 늘리면 공급을 결정하는 주체가 하나 더 생긴다. 양쯔메모리까지 가세하면 중국은 D램과 낸드 양쪽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
더 주목할 대목은 창신메모리의 상장 전 국유계 주주 지분율이 36%를 넘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수익성과 주주가치를 고려해 불황기에 투자 속도를 조절한다. 반면 창신메모리는 수익성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 자립과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국가 전략도 중요하게 고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D램 가격이 하락해도 투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공급 과잉을 빠르게 해소하기 어려워져 가격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
물론 창신메모리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첨단 메모리에서 기존 3사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I 수요가 중국 업체들의 신규 공급까지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번 상장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현재의 기술 격차나 메모리 수급 전망이 아니다. 국가가 적자를 감수해 키운 기업이 증시를 통해 투자자금을 반복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됐을 때 산업 질서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다. 양쯔메모리까지 상장하면 세계 메모리 산업이 맞닥뜨릴 새로운 경쟁자는 중국 기업 두 곳만이 아닐 수 있다. 그 뒤에서 산업을 키우는 중국 정부와 자금을 공급하는 자본시장 전체를 대면해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