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지노 정책의 빈칸

김승한 기자
2026.08.10 05:30

"정부 정책을 믿고 수조원 투자했는데, 개장 2~3년 만에 사업의 전제가 바뀌면 누가 다시 투자하겠습니까."

최근 열린 카지노 정책간담회에서는 관광진흥개발기금 부과율 상한 인상(매출액의 10%→15%)과 카지노 면허 갱신허가제 도입 등을 둘러싼 업계의 우려가 이어졌다. 업계는 제도 변화의 배경과 산업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카지노 산업 제도를 손보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카지노는 공공성과 건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산업인 만큼 관리·감독 강화 역시 필요하다. 다만 이번 논의의 본질은 규제를 강화하느냐 완화하느냐가 아니다. 정부가 지금의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어떤 산업으로 바라보고 있느냐다.

국내 카지노 산업은 여전히 '사행산업'이라는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복합리조트는 카지노 영업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호텔과 컨벤션, 공연장, 쇼핑시설 등을 갖춘 관광 인프라이자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투자 사업이다. 정부 역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영종도와 제주 등에 복합리조트를 조성하며 관광 경쟁력 강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렇다면 정책도 산업의 변화에 맞춰 진화할 필요가 있다. 관광진흥개발기금 최고 부과율 인상이나 면허 갱신허가제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정책 과제다. 다만 복합리조트를 '규제 대상인 카지노'로 볼 것인지, '국가 관광 경쟁력을 높이는 관광산업'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는 달라질 수 있다.

일본은 2030년 오사카 복합리조트 개장을 앞두고 있고, 싱가포르와 마카오는 복합리조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동북아 관광 경쟁이 새 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복합리조트를 어떤 산업으로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고민할 시점이다.

정부도 최근 업계와 순차적으로 면담을 진행하며 사업자별 경영 여건과 투자 상황을 듣고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규제의 세부 내용만이 아니다. 산업은 변했는데 정책의 관점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면 정책과 시장의 간극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복합리조트를 어떤 산업으로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방향이 먼저 서야 규제도 일관성을 갖고, 관광 경쟁력도 함께 키울 수 있다.

김승한 정책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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