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위에 저 소나무' 10년 뒤 사라진다면…

대전=허재구 기자
2015.03.02 05:17

[기고]신원섭 산림청장 "소나무 흑사병인 재선충병 대책에 국민 관심 절실"

신원섭 산림청장./사진제공=산림청

차갑고 투명한 겨울 공기 탓일까? 삭막한 도심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산을 마주하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하지만 매서운 추위에도 겨울산은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다. 잎사귀마저 모두 내어준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푸른 소나무 숲이 생명력을 뽐내고 있는 덕분이다.

이러한 소나무의 기품은 우리나라 문인화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세한도(歲寒圖)에도 잘 나타나있다. 제주도에 유배된 추사가 제자인 통역관 이상적의 변함없는 마음과 행동에 감격해 그려 보낸 이 수묵화에는 소박한 집 한 채를 소나무와 잣나무 고목 두 그루 씩만이 말없이 지키고 있을 뿐이다.

유배 전이나 유배 후나 한 결 같이 자신을 대하며 지조와 의리를 지킨 제자를 보면서 추사는 논어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이는'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 '한 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만이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는 뜻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이자 앞서 언급한 세한도 일화처럼 늘 우리 곁에서 함께 해온 소나무가 지금 큰 시련에 처해있다. 이유는 소나무재선충병 때문이다. 재선충병이 무서운 이유는 감염되면 한 달 만에 100% 죽고 치료약이 없기 때문이다.

또 이 병은 솔수염하늘소라는 매개충에 의해 빠르게 확산된다. 지난 88년 부산 금정산에 일본산 원숭이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수송된 목재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나무재선충병은 현재 경기·강원권역에서는 잣나무를, 충청이남 지역에서는 주로 소나무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지난해에만 감염돼 베어낸 나무 수만 해도 전국적으로 약 218만 그루에 이른다. 이 규모는 급속한 피해확산으로 범정부적인 노력을 통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까지 제정, 필사적으로 대응한 2005년 즈음과 단순 비교했을 때에도 약 160%이상 증가한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피해가 발생된 74개 시·군·구에서는 마치 전쟁을 치르듯 치열한 방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목(國木)과 다름없는 우리 소나무가 전멸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산림청은 오는 4월 말까지를 '완전방제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하고, 투입 가능한 전 행정력을 동원해 방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특히 대책기간 중에는 △피해목 미제거 △훈증무더기 훼손 △소나무류 무단이동 등 현장관리 소홀과 관행적인 안일한 대응이 소나무재선충병의 인위적인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피해지역 500여 사업장에 책임담당관 80명을 고정 배치해 작업 내용과 기본수칙인 매뉴얼 준수여부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혼자서 이동이 어려운 소나무재선충의 생활사를 고려했을 때 감염돼 말라죽은 나무를 제때 발견하고 소나무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활동시기 이전에 훈증, 소각, 파쇄 등 엄격한 현장관리를 통해 전량 방제를 적기에 추진한다면 피해가 확산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금강·안면소나무숲, 문화재용 목재생산림, 백두대간보호지역 등 국가적 차원에서 반드시 보호가 필요한 우량소나무 숲의 주요 길목에 단속초소를 설치해 소나무류의 불법 반·출입을 차단하고 화목이용 농가, 목재취급 업소 등 4만여 중점관리 대상은 지자체와 합동으로 불심검문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노력보다 더 시급한 것이 있다. 바로 국민 모두의 절실한 관심과 참여이다. 소나무를 가해하고 있는 재선충병이 무엇인지 나부터 알고 감염된 나무를 발견하거나 소나무류의 불법이동을 목견했을 경우 즉시 신고하는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소나무 숲을 살리는 희망이 될 수 있다.

조선 정조 때 문인 유한전이 남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글처럼 추위와 모진 눈보라 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늘 푸른 모습으로 산을 지키고 있는 우리 소나무를 다시 한 번 돌아보자.

지극한 정성으로 우리가 소나무 숲을 지켜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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