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반포동 대표 주거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가 서초구 허가 없이 단지 외곽에 펜스와 보안문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서초구의 행위허가 신청 반려에도 공사를 강행할지를 묻는 입주민 설문조사에 나서면서다.
13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원베일리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는 오는 14일까지 '외곽보안문 강행 설치에 대한 입주민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입대의는 반려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이에 앞서 설치를 강행할지 입주민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는 최종 의결이 아니라 향후 결정을 위한 의견수렴 차원이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2023년 준공한 반포의 대장 아파트 단지다. 전용 84㎡가 지난해 72억원에 거래되며 평당 2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외곽에 설치를 계획하는 보안문은 모두 23개, 높이 1.2m의 주철문을 계획했다. 입대의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구청 승인 없이 설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함께 고지했다. 형사처벌 가능성, 원상복구 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 건축물대장상 위반건축물 등재에 따른 대출·재산권 행사 제한 등이다. 단순히 보안문 설치 필요성을 묻는 수준을 넘어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설치를 강행할지를 묻는 것이다.
앞서 원베일리는 올해 1월20~26일 행위허가 신청을 위한 입주자 투표를 실시했다. 당시 전체 대상 2831가구 가운데 2543가구가 참여해 1907가구가 찬성했다. 전체 대상의 67.4%로 3분의 2 동의 요건을 근소하게 넘겼다. 입대의는 이를 토대로 2월13일 서초구에 행위허가를 신청했지만 구는 6월2일 서울시 특별건축구역 변경심의가 먼저 필요하다며 반려했다.

그러나 반려 처분에 대응하기 위한 소송비용 집행안은 지난달 입주자 투표에서 부결됐다. 전체 대상 2840가구 중 2082가구가 투표해 찬성 1098가구, 반대 984가구로 갈렸다. 찬성표가 전체 대상의 38.7%에 그쳐 과반 요건을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다만 입대의는 500만원 이하 소송비용은 자체 의결로 집행할 수 있다고 보고 행정소송 추진안을 의결했다. 소송은 이달 말 제기할 예정이다. 입대의는 지난달 29일 회의에서 보안문 강행 설치 여부를 별도 설문에 부치기로 했다.
갈등이 생기는 배경은 특별건축구역 지정 당시 부여된 개방 조건 때문이다. 원베일리 재건축 계획 때 한강 접근을 위한 공공보행통로와 일부 커뮤니티시설 개방 등을 조건으로 인동거리와 발코니 규제 등의 특례를 적용받았다. 이 덕분에 일조 기준을 충족하는 가구는 1466가구에서 1797가구로 331가구 늘었고, 전체 2990가구 중 2204가구가 발코니 규제 완화 혜택을 받았다. 용적률 산정 완화에 따라 부대시설과 공공개방시설 면적도 2706.8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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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는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보안문이 특별건축구역 심의 조건인 '담장 설치 지양과 개방형 생활가로 조성'에 배치된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도 지난 6월 25개 자치구에 특별건축구역 내 건축물이 변경될 경우 건축위원회 변경심의 등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고 사용승인 이후까지 지정 조건을 관리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반면 입대의와 일부 주민들은 외부인 증가에 따른 소음과 사생활 침해, 범죄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안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안문을 설치하더라도 공공보행통로는 막지 않고 단지 내 사유공간으로 이어지는 출입로만 제한하겠다는 주장이다.
조소현 원베일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단지 안팎의 공공보행통로는 그대로 개방하고 다른 출입로에 높이 1.2m의 보안문을 두려는 최소한의 안전조치"라며 "특별건축구역 지정 이후 인근이 관광특구로 지정됐고 최근 행사 때 외부인이 단지에 몰리는 등 주거환경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행강제금과 원상복구 명령 등 불이익을 충분히 알린 뒤 강행 여부를 묻고 있다"며 "반려 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행정소송도 이달 말 제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초구 관계자는 "단지 내 사유공간임을 알리는 안내판 설치와 CCTV 확충, 순찰 강화, 조명 개선 등 개방성을 훼손하지 않는 대안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에서 찬성 의견이 많더라도 서울시 건축위원회 변경심의와 구청 행위허가를 대신할 수는 없어 실제 설치를 강행하면 행정·법적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