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슈로 부각한 데다 공론화 과정이 없는 졸속 추진이란 우려가 없지 않지만 수도권 일극주의 해소를 위해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는 데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이번 통합으로 새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인 '5극3특'과 다른 지자체간 통합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29일 대전·충남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전·충남 통합 추진을 제안하면서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당초 전임 정부 시절인 지난해 하반기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과 소속 광역단체장들을 중심으로 추진된 이슈였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 등이 지난해 11월 '통합지방자치단체 공동 선언문'을 채택해 행정통합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성일종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45명도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공동 발의하고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이 대통령의 통합론 언급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준비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민주당은 내년 1~2월 통합 공론화 과정을 거쳐 2월 중 '대전충남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하고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로드맵도 내놓았다.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뽑은 뒤 7월1일자로 통합 특별시를 출범시키는 속도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도 자치혁신실 산하에 대전·충남 행정통합 TF(태스크포스)를 설치해 통합 지원 논의를 시작했다. 앞서 행안부 소속 민간 자문위원회인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는 지난 1월 지방 주도의 적극적인 행정통합과 특례부여를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권에서도 큰 틀에선 행정통합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아직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데다 지방선거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적 셈법에서 여야간 이견이 노정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다만 과거 좌초된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달리 대전·충남의 경우 야당이 이미 특별법을 발의했고 정부여당의 통합 의지가 어느 때보다 커 이미 9부 능선을 넘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 조건인 주민투표가 지연돼 지지부진한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의 행정통합과도 상황이 다르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5극3특'과도 맞닿아 있다. 5극은 대한민국을 5개의 권역으로 나눠 이들을 각각 통합경제권인 특별지방자치단체로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전·세종·충북·충남 4개 시도가 지난해 출범시킨 '충청광역연합'이 대표적이다. 특별지자체가 구성되더라도 각 시·도는 유지된다는 점에서 행정통합과는 차이가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경우 기존 지자체는 사라지고 '대전충남특별시'(가칭)라는 새로운 지자체가 탄생한다.
정부의 특별지자체 추진에는 수차례 좌초된 지자체간 행정통합보다 절차와 방식이 간단하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지자체가 행정통합으로 나아가는 수순인 만큼 대전·충남 통합은 충청광역연합의 후속 작업이란 성격도 있다.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이 실현되면 광역단체가 하나로 묶이는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10년 경남 마산·창원·진해 통합과 2014년 충북 청주시·청원군 통합은 기초 지자체간 행정통합이었다. 실현될 경우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의 통합 논의에도 힘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5극3특의 궁극적인 목적이 행정통합인데 당장 통합이 쉽지 않으니 경제 연합을 우선 맺고 통합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라며 "대전·충남이 행정통합의 물꼬를 트면 타 지자체들도 순차적으로 통합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