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버럭' 김무성

유동주 기자
2015.08.19 11:18

[the300]특유의 직설화법 '양날의 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故 김대중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김홍업 전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사진= 뉴스1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2일 한국여성단체협회와의 만남에서 '버럭'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김 대표는 이날 여성단체협회와의 면담자리에서 "지역구에 여성을 30% 이상 공천해달라"는 최금숙 회장의 요청에 "이미 새누리당은 30% 이상 공천하겠다고 밝혔고 나경원 의원이 당론으로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포함시켰다"고 답했다.

그런데 최 회장이 "현재 새누리당 안도 너무 허구적이다"라면서 '속임수'란 표현까지 쓰며 새누리당을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말을 잇자, 김 대표는 '허구적', '속임수'라는 발언에 불편한 내색을 바로 드러냈다.

그는 "말씀 삼가세요. 말을 가려 해야지 당선될 노력부터 하세요"라며 "지역구에서 경쟁력 있는 여성을 추천하면 얼마든지 당선될 수 있다"며 호통조로 면담을 마치려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김 대표를 최 회장 등이 팔을 잡아 말리면서 면담이 이어졌지만, 분위기는 급랭했고 협회 관계자들은 당혹해했다.

김 대표의 '버럭'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씨름협회의 '민속씨름 유네스코 인류무형재산 등재방안'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협회장이 인사말로 "국회의원님들 많이 오셨는데, 입씨름 많이 하시는 것보다는 실제로 한번 씨름대회를 국회의원님들 몇 분 해서 한번 겨뤄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 어떨까요"라며 입으로 싸우지 말고 씨름을 해보라는 식으로 반농담조로 말하자, 이어 축사를 한 김 대표는 정색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씨름인 여러분들한테 조롱거리가 되는 것에 대해 참 기가 막힌다"며 "우리 면전에서 우리를 그렇게 조롱한다는 게 과연 여러분 기분이 좋으신지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기 바란다"며 불쾌한 감정을 바로 표현했다.

이어 그는 "우리 민속씨름 다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5천 년 전부터 있었던 벽화에도 그림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우리 씨름을 중국한테 유네스코 등록 안 해서 뺏기는데 여러분들 뭐 하셨습니까 그동안"이라는 질책으로 현장에 있던 씨름협회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보통의 국회 토론회에선 주최측에 의원들이 '덕담'만 하는게 관례인데, 김 대표는 협회장의 농담이 무례한 '조롱'이라고 판단한 듯 그 자리에서 씨름협회가 유네스크 등록도 중국에 빼앗기면서 뭐 했냐고 질타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윤 일병 사건관련 새누리당 최고위원 긴급간담회 자리에서도 김 대표는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가 윤 일병 사건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김 대표는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장관은 자식도 없냐"고 고함치며 책상을 세게 내려쳐 분노를 표시했다.

김 대표는 화를 못 참으며 "치가 떨려서 말이 제대로 안 나온다"면서 군 수뇌부를 강하게 질책했다.

위 세 번의 '버럭'외에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많다.

정치인들의 명절 단골 일정인 전통시장 방문 중에 "명절 때만 시장에 오냐"는 시장 상인들의 핀잔성 인사에도 "때가 돼서 왔지 때가 안 돼서 시도 때도 없이 와야 됩니까"라고 맞받았다.

보통 정치인들의 화법인 '에둘러'말하기나 '회피성'화법과는 사뭇 다르다. '설화(舌禍)'가 정치인의 주요 낙마 이유인 여의도 정가에선 말을 조심해서 가려 하는 게 보통인데 그는 때론 주변 사람들을 조마조마하게 할만큼 직설적으로 말한다.

'직설 화법'은 지지자들과 측근들에겐 오히려 매력으로 여겨지는 듯 하다. 지지자들이 '무성 대장'이라는 오그라드는 별명으로 그를 부르는 배경엔 직설적인 화법도 한 몫을 한다.

그의 화법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 화법과 비견되기도 한다. 둘 다 직설화법으로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본인만의 '개성'을 뚜렷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대통령 혹은 대권후보의 화법은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줘야 하기 때문에 그런 '직설화법'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직설화법'의 유리한 면은 최근에도 확인됐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서울대 특강에서 "내 성격상 적당히 얘기는 못한다"고 본인의 직설화법을 스스로 인정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물세례를 받고 노건호 씨에게 힐난을 받은 데 대해 "제가 과하게 (노 대통령을)비판했던 것을 인정한다. 물세례 한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돌 안 맞은 게 다행"이라며 "그에 대한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쿨하게' 말했다.

젊은 대학생들에겐 인기없기 마련인 여당 대표가 예상과 달리 직설적이고 솔직한 화법으로 강의하자 '다소' 놀랐다는 후기도 있었다. 야당 소속인 이석현 국회 부의장도 그 발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극찬했다. 이 부의장은 당시 트위터에 "진심인지 정치적 수사인지는 몰라도 국민을 설득만 시키려드는 우리 야당이 배워야 할 고급정치죠"라는 글을 올리며 말뿐이라도 자신의 행동이 과했음을 인정한 김 대표 스타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의 '버럭'하는 특유의 직설적 '스타일'은 앞으로도 바뀌기 힘들 것이다.

유력 대선 주자입장에서 그의 '버럭'은 양날의 칼이다. 대선 행로에서 '버럭'은 큰 '전환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버럭'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그가 성공할 것이고,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계기가 되면 '버럭'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 이제까지의 대통령 면면을 보면, '개성'이 뚜렷한 인물이 결국 '대권'을 잡았다. 총리출신 대권 잠재주자들이 대선에 근접했다가도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탓에 '실기(失期)'한 것을 우리는 여러 번 봤다.

김 대표의 '버럭'이 과연 '성공적'일지, 확인하기까진 약 2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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