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설치법, 19대 국회 통과 힘들듯…의원 찬반 팽팽

서동욱 기자
2015.08.20 05:51

[the300][런치리포트 -'상고법원'설치, 국회 선택은①]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새로운 변화, 상고법원의 더 나은 사법서비스"

요즘 포털사이트에서 '대법원'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광고 문구다. 상고법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대법원이 검색광고를 하고 있는 것인데 e-book, 웹툰 등의 형태로 상고법원이 무엇인지를 소개하고 설립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대법원이 광고까지 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상고법원 설치 방안이 19대 정기국회 문턱을 넘기 힘들 전망이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21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고법원 관련 패키지 법안 6건을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발의된 홍 의원 법안은 상고법원 설치를 규정, 공적 이익과 관련 있는 사건은 대법원에서, 그렇지 않은 사건은 상고법원에서 심판하도록 했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취지다.

법안을 논의한 법안소위는 위원 간 찬반 의견이 갈리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는 상태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지난 5월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냈다.

서 의원 법안은 상고법원 설치 대신 대법관 수를 18명(현행 13명)으로 늘리도록 했다. 18명의 대법관이 참여해 기존의 전원합의체 재판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대법관 정원의 3분의 1 이상을 고위 법관 및 검사 출신이 아닌 법률가로 임명,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법사위원들의 의견은 찬반이 팽팽하다. 홍일표 의원 등 5명이 찬성입장, 서기호 의원 등 3명은 반대 입장이다. 이상민 법사위원장 등 7명은 유보 입장이며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의원은 하급심 강화와 대법관 구성 다양화 등이 선행돼야한다며 조건부 찬성 입장이다.

대법원은 상고법원 설립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바라고 있지만 19대 국회 내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법사위 논의가 더디고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관련 단체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법사위의 한 관계자는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의원들간 의견차가 워낙 커 이번 19대 국회에서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찬반 견해가 나뉜다. 찬성론자들은 상고사건이 폭주해 대법원 재판이 부실화될 염려를 가장 큰 이유로 든다. 1993년 1만3700여건의 상고사건이 2014년 기준 3만 7000여건으로 늘어 20년간 3배 증가했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13명의 대법관이 1명당 연간 3000건 넘은 사건을 처리하는 상황이어서 재판 부실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상고법원이 신설되면 대법원은 소수의 사건만 심도 있게 심리해 '정책법원'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대법원 증원으로 해결이 충분하며 상고법원 설치는 기본적으로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맞선다. 사실상 4심 재판으로 이어져 위헌소지가 있으며 궁극적으로 대법원 권한만 강화된다는 것이다.

상고법원 설치를 관철시키기 위한 대법원의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공청회를 열고 상고법원 도입안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국회 주변에서는 대법원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전방위적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부장급 판사를 정해 법사위원들을 1대 1로 마크, 설득에 나서는가 하면 지역구 법원장까지 동원해 해당지역 의원들에게 청탁성 전화를 하는 등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을 상대로도 설득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6월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대한변협은 성명에서 "최근 전국의 판사들이 변호사들에게 전화 등으로 대법원의 현안인 상고법원 설치에 관해 찬성하는 의견을 표명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변호사들에게 의사결정을 사실상 강요하는 것으로, 사법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만을 취하는 이익단체처럼 행동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내려진 대법원 판결도 상고법원 설립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1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상고심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선거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심처럼 선거법 위반을 인정하면 정부·여당을 자극하는 것이고 선거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야권에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 하급심에 판단을 넘겼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대법관 13명 전원일치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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