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산 정국 때, 임성호 입법조사처장은 국회 본청을 이리뛰고 저리뛰었다. 그가 지난해 처음으로 시도했던 ‘국정감사 시정 및 처리결과 평가보고서’ 관련 예산을 따내기 위해서였다.
국회 운영위원회 여야 간사를 만나 조르고 졸랐다. 이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 및 위원장까지 모두 만나 보고서의 중요성과 의미를 설명했다. 3개월여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불가 방침’에 눈물을 훔쳐야 했다.
하나의 사업에서만 수천억원의 예산을 보태고 깎는 예결특위에서 1억8000만원의 돈은 그리 주목받는 액수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정부보다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등 갈등을 빚으면서 그동안 제 목소리를 내온 입법조사처까지 불똥이 튄 것이다.
임 처장은 “행정부가 시정해야 할 내용들을 11개 의제로 나눠 분석한 자료로 지난해 처음으로 발간돼 국회의원들의 반향이 매우 좋았다”며 “별도 항목을 만들어 꾸준히 나올 수 있도록 하려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입법조사처는 평가보고서 11권과 함께 법안이 제정·개정된 후 입법영향을 분석한 입법영향분석보고서도 8권 내놨다. 점검표를 만들어서 입법영향을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 두 사업을 입법조사처의 지난해 성과로 손꼽는다. 올해 최대 40권과 20권을 각각 발간하는 게 목표다.
그는 1982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3년만인 1995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미국정치연구회 회장, 한국정당학회 회장 등을 거쳐 2014년 차관급인 입법조사처장에 올랐다.
임 처장은 여러 경력 중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으로 활동했던 6년을 뜻깊게 생각한다. 경희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등 학자의 길만 걸었던 자신에게 '현장감각'을 일깨워준 곳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주목받지 못하는 위원일 뿐이지만 거쳐간 위원장들의 면면은 화려하다고 소개했다. 신영철 전 대법관, 이성보 전 권익위원장, 황찬현 감사원장, 이진성·서기석 헌법재판소 재판관, 이성호 인권위원장 등 판사 출신들이 거처갔다.
그는 처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론의 중요성을 더 깨우쳤다고 설명한다.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 이론은 귀중한 나침반이자 원동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토론과정도 ‘이론’이 빠져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자 출신으로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폴리페서’를 배격하는 시각에 대해선 “원칙(이론)을 버리고 기회주의적 행태때문에 욕을 먹는 것”이라며 “(성공을 위해) 영혼을 팔지 않는다면 이론 세계 있는 사람들이 공적 기여하는 것은 나름 가치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성호 처장은
△1959년 서울 △1978년 경성고 △1985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학사 및 석사 △1995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정치학 박사 △1996년 미국정치연구회 회장 △1997년 의회발전연구회 연구편집위원 △1999년 경희대 대학원 정치학과 주임교수 △2006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장 △2007~2013년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2009년 한국정당학회장 △1994년 국회 입법조사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