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볼모 사회'와 무능한 국회

정진우 기자
2019.03.05 04:45

[the300]

여야 정치권이 지난 3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한유총)의 ‘유치원 개학 무기한 연기’에 대처하는 모습은 ‘무능함’ 그 자체였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린이를 볼모로 잡고 치밀하게 인질극을 벌인 한유총과 달리 정치권은 우왕좌왕하며 경고 사격만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교육위원회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법 상 담합행위이며, 유아교육법 상 학교운영위원회의 자문을 거치지 않은 불법적인 행위"라며 ‘엄정 대처’ 입장을 밝힌 정부와 한 목소리를 냈을뿐 해결책을 내놓진 못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역시 "유치원 개학 연기를 철회하라"며 한유총을 비판했을 뿐이다. 줄곧 한유총을 편들었던 자유한국당은 한유총에 개학연기 철회를 요청하면서도 ‘교육 파행’ 원인을 정부·여당 탓으로 돌렸다.

이번 한유총 사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이전부터 예견됐다. 한유총은 투명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했고, 국회에서 논의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에도 극렬히 반대했다. 수개월째 전국민적 관심사가 됐지만, 국회는 ‘내편, 네편’으로 갈려 싸우기만 했다.

심지어 국회는 올해 1~2월 문을 닫았다. 한유총이 어린이를 인질로 잡고, 대한민국을 순식간에 ‘볼모 사회’로 만들 동안 국회는 공전했다. 당정은 한유총을 잡겠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표’앞에 하나가 된 한국당 등에 가로막혀 결국 아무것도 못했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해야할 국회가 손을 놓고 오히려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때 '볼모 사회'의 갈등은 커지고, 국민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한유총 엄포에 놀란 젊은 세대는 정치권에 “(유치원에) 아이 하나 맡기는 게 힘든 현실을 보면서도 왜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냐?”고 따져 묻는다. 여야 의원들이 양심을 걸고 할 수 있는 답변은 "국민을 볼모로 우린 싸우기만 했다"뿐 아닐까.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