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을 절반으로 축소하기로 큰틀에서 합의했다. 인력 감축 규모도 최대 30%까지 확대한다. LH를 모회사와 자회사로 분할하는 구조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일치를 보지 못해 추후 더 논의키로 했다.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정부는 이날 국회에서 2차 당정협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LH개혁안을 논의했다.
당정은 우선 LH의 조직을 50%로 축소하고 인력은 최대 30%까지 감축하는데 큰 틀에서 합의했다. LH가 46개 사업분야를 관장하고 있는데 이 기능을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거나 폐지, 축소해 사업분야를 23개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 시설물 성능인증, 집단에너지, 안전영향평가 등의 사업은 폐지하고 공동주택 관리지원, 도시재생 선정평가, 새뜰사업, 그린리모델링, 건축구조모니터링 등의 사업은 타 기관으로 이관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와 기능을 '분할'하기로 했던 신도시 후보지 조사기능은 국토부로 전면 '이관'하기로 했다.
현재 9449명(2020년 기준)에 달하는 인력 역시 6000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3000명은 정리해고가 아니라 기능이 이관된 다른 조직으로 분산배치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는 LH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수익사업 비중을 낮추고 정부의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국토위원들의 의견도 받아들여 향후 재정지원 비중을 늘려 나가기로 했다.
지난달 27일 1차 당정협의에서 나온 국토위원들의 지적을 일부 수용한 결과다. 하지만 LH 구조개편안은 지난 1차 보고 때 내용을 고수했다.
하지만 정부는 LH 구조개편안은 LH를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분할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과거처럼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수평으로 분할하되 주택공사에 주거복지기능을 부여하는 안(1안) △토지·주택 공급 업무는 하나로 묶어두고 주거복지만 따로 수평분할하는 안(2안) △주거복지를 전담하는 조직을 모회사로 두고 토지·주택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수직분할안(3안) 등이다.
정부는 이날도 조직을 수평 분할할 경우 조직 통제·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 있어 3안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3안의 경우 모회사는 주거복지업무를 담당하면서 자회사를 관리감독하고 자회사는 토지, 주택, 도시재생업무를 담당하면서 수익을 창출해 모회사에 배당하는 식이다.
1안처럼 토지공사 업무와 주택공사 업무를 분할할 경우 과거 LH 통합 이전 처럼 사업영역 중복과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토지·주택업무는 따로 분할하지 않는 쪽이 낫다고 설명했다.
논의 초기에는 정부도 LH를 기능별로 완전히 해체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LH가 주거복지기능만 수행하고 일종의 '디벨로퍼' 역할은 줄여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이렇게 될 경우 단기적으로 공공 택지·주택 공급 업무를 수행할 조직이 부족하다는 점이 고민이었다. 이 경우 2.4 대책에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어 주택공급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LH를 모회사와 자회사의 수직구조로 분할하는 방안을 고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주거복지와 개발업무가 혼재돼 있어 내부적으로 개발정보 등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진 부분을 기능분리를 통해 투명화할 수 있다고 보고있다. 모회사에 자회사에 대한 인사권과 관리감독권한을 부여하면 얼마든지 감시와 견제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또 정부는 주거복지공사(가칭)를 모회사로 두면 배당을 통해 고질적인 LH의 적자문제를 일정부분 해소하면서 향후 '주거복지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토위원들은 정부의 이같은 설명에 공감하지 못했다. 한 여당 의원은 "수익은 모두 자회사가 내는데 모회사가 어떻게 자회사를 통제할 수 있겠냐"며 정부의 수직분할 방안에 의문을 나타냈다.
또 다른 의원은 "수직계열화 할 경우 모회사의 주거복지 기능은 약화되고 자회사만 돈 잘버는 회사가 될 수있다"며 "자칫 공공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일부 의원들은 우선적으로 가능한 단기개혁안을 먼저 수행한 뒤 조직을 개편하는 구조개혁작업은 장기과제로 남겨두는 게 낫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지금 LH를 모자회사로 수직분할 할 경우 법을 새로 제정해야 하는데 7월~8월에 임시국회가 열릴지 미지수다. 9월 정기국회 시즌에는 각당이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대선국면으로 전환된다. 국정감사도 병행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구조개편안을 잘못 낼 경우 LH개혁이 매듭을 못짓고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다.
여당 관계자는 "단기과제와 장기과제로 나눠서 단기과제를 먼저 매듭짓고 구조개편과 같은 부분은 경영컨설팅 등을 통해 신중히 접근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당정협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LH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 또 주거복지 기능 강화, 내부 통제 기능, 경영혁신, 조직 슬림화 등 주요 부분은 공감했다"며 "다만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분할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격론이 있어 합의하지 못해 추후에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르면 다음 주 쯤 다시한번 LH개혁안을 두고 논의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