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이행하기 위한 국가안보실 주관의 농축우라늄·핵추진잠수함(SSN·핵잠)·국방예산 분야의 3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각 TF는 민간 핵연료 처리에 대한 권한 확대, 핵잠 도입에 필요한 핵연료 확보 등을 위해 미 행정부·의회 모두를 설득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간담회에서 "국가안보실이 주관이 돼서 분야별로 TF를 구성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첫째는 농축우라늄 관련 협의 TF, 두 번째는 핵추진잠수함 관련 TF, 세 번째는 국방 예산 증액을 포함한 국방 예산 분야에 대한 협의 TF를 만들었다"며 "안보실에서 지휘하면서 유관 부처들이 중심돼서 주도하고 지원하는 TF"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크리스토퍼 랜다우 부장관과 한미 외교차관회담을 개최하고 팩트시트 주요 분야 후속조치 이행을 위한 분야별 실무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기로 했다.
농축우라늄 관련 TF는 정부의 핵연료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2015년 개정된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과의 '서면 합의'를 통해서만 20% 미만 저농축을 할 수 있다. 정부가 노리는 것은 일본 수준의 '포괄적 사전동의' 획득이다. 이와 함께 자원 활용도와 폐기물 관리를 위해서도 재처리 권한 확보는 필수적이다.
핵잠 TF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한국의 핵잠 도입 관련 논의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잠수함 건조에는 동의가 이뤄졌지만, 핵연료 확보와 실제 도입을 위해서는 미 행정부와 의회의 공감대 형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농축우라늄 권한 확대와 핵잠 도입은 별도의 사안으로 다루고, 핵확산과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에 대한 권한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군사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을 충실히 이행하는 핵 비확산 모범국가의 이미지를 미국 조야(朝野)에 각인시킬 수 있는 노력을 핵 관련 TF에서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예산 분야의 경우 한미 간 이견이 적은 의제로 평가된다. 한미는 이번에 팩트시트에 '가능한 한 조속히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에서 이스라엘, 한국, 폴란드 등을 미국의 국방 지출 확대 요구에 부응한 "모범 동맹들"로 칭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3.5%를 핵심 군사 지출에 쓰고, 재래식 방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하며 한국의 국방비 증액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단순한 국방비 증액에 그치지 말고, 늘어난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미국산 무기 구매를 넘어 양국이 공동 개발 등을 통해 서로 이익을 얻는 '윈윈(win-win)' 전략을 TF에서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국방예산 확대는) 잘한 일"이라면서도 "미국 무기만 구매하는 정도는 반대다. 우리의 방위산업 수준도 올라왔기 때문에, 공동 개발·생산 등의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액되는 예산이 한두 푼이 아닌 만큼 (국방비를 늘리는) 기회에 (국방·방산 분야에서) 구조적인 대전환을 우리도 해야 한다"며 "미국에도 제도 등을 협업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사항들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