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쿠제치 대사는 26일 오전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이 이란과 우호적이라도 미국 회사 투자 유전에서 나온 시설을 이용하면 항해가 불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맞는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 기업들과의 비즈니스나 무역하는 나라들에 대해 지금 전쟁시에 제재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를 멈추게 했고 우리를 공습했고 침략했는데 자연스럽게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가 비난 받는 게 아니고 미국이 비난받아야 한다"며 "한국을 포함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 확실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고 미국 측으로 화살을 돌렸다.
쿠제치 대사는 한국 선박의 통행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미국 기업과 거래 중인 선박은 통과시킬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 측에)유조선의 자세한 정보를 달라고 했다"며 "그 후에는 이란군과 이란 정부와 소통 합의한 후에 통과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검토 조건에 대해서는 "현재 미국 기업들과 미국 투자자들은 페르시아만의 LNG 자원에 투자했다"며 "페르시아만 국가의 석유를 가져가도 미국 것이기 때문에 통과가 가능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쿠제치 대사는 한국이 군함 파견 등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 지원 요청에 응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는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가지 않기를 기원한다"며 "다른 국가들이 도와주지 말고 동참하지 말고, 트럼프 정부의 악의를 (미국 정부에만) 놔둬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이란에 거주 중인 한국인의 안전 보장을 묻는 말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다. 쿠제치 대사는 "이란이 페르시아만 주변 아랍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미국 기지들을 목표로 삼았다"며 "(미국이)이란의 LNG 인프라를 공격하면 우리도 똑같이 미국 주변국가들에 미국이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기지들을 다 공격하겠다"고 말했다.
중동산 원유의 핵심 해상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 이후 사실상 봉쇄됐다. 전쟁 이후 현재까지 약 3200척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지 못해 발이 묶었고, 최소 22척의 선박이 이란에 피격됐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한국 선박은 26척이고, 외국 선박을 포함해 고립된 한국 선원은 179명이다.
이란은 최근 제한적으로 통행을 재개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지난 24일에는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에 "비적대적 선박"은 자국과의 사전 조율 아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는 서한을 발송했다.
현재 인도, 파키스탄, 이라크, 말레이시아, 중국 등 여러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해 이란과 직접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태국 에너지기업 방착 코퍼레이션 소속 유조선 1척이 지난 2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태국을 향하는 중이다.
정부는 상황을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이날 이란의 IMO 서한과 관련해 "IMO 사무국은 이란 요청에 따라 IMO 전 회원국 앞 코뮤니케를 IMO 웹사이트에 24일 게시했다"며 "우리 정부는 중동 정세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 방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