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노래방 살인 '여혐' 비화… "남녀 대결구도 경계해야"

김민중 기자
2016.05.19 15:02

피의자 "여성들 무시했다" 진술에 '性갈등' 모습 나와, 사건 현장에 추모행렬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여성혐오(여혐) 범죄' 논란이 거세다. 남성 피의자가 경찰 진술에서 "여성들의 무시"를 언급하면서 여론의 시선도 당초 '묻지마 범죄'의 잔혹성에서 '여혐'의 배타성으로 옮겨간 표정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7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노래방 건물의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김모씨(34)가 일면식이 없는 A씨(23·여)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화장실에 숨어 있다 A씨가 들어오자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남자친구 등과 건물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화장실에 갔다가 변을 당했다.

김씨는 범행 직후 달아났지만, 경찰은 CCTV 추적과 탐문을 통해 9시간 가량 후 범행현장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역삼동에서 긴급 체포했다. 범행에 쓰인 흉기도 발견됐다. 이때까지 사건은 뚜렷한 동기를 찾기 어려운 '묻지마' 범죄였다.

◇'묻지마' 살인→'여성혐오' 살인=당일 저녁이 되면서 '묻지마' 범죄는 '여성혐오' 범죄로 비화됐다. 김씨가 범행을 자백하며 "평소 사회생활을 하던 중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범행동기를 밝히면서다.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위시해 여성혐오 범죄를 비판하고 희생자를 추모하자는 주장이 거세졌다. 여기에 A씨의 남자친구가 범행현장을 목격하고 오열하는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대중들의 감수성을 한층 자극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사건 이튿날 범행현장과 가까운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구조물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했다. 안개꽃 등 꽃다발도 놓였다. 일부 추모객은 눈물을 흘렸다. 추모 물결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분 없이 '하얀 리본 캠페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본은 흰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져 있다. 흰색은 여성을, 빨간색은 이번 범행의 잔인함을 뜻한다.

◇"남녀 대결구도 경계해야" 목소리도=일각에서는 이 사건으로 남녀간 성별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경계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여성혐오 범죄가 맞지만, 사건을 사회 전반의 여혐 풍조의 결과로 해석하기 보다는, 여성을 포함해 '약자'에 대한 묻지마 범죄의 한 사례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 더욱이 피의자 김씨가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개인적 일탈'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9일 낮 12시30분 현재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사진=김민중 기자

경찰은 김씨가 2008년 여름 조현병(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뒤 4차례 입원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2008년 1개월, 2011년 6개월, 2013년 6개월, 지난해 6개월 등이다. 최근 퇴원할 때는 주치의가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5개월 내 재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신질환이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는 19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히기 위해 영장실질심사 직전 프로파일러 3명을 동원, 김씨와 심리면담을 실시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 3월 말 아버지와의 불화로 가출했으며, 강남역 일대 건물 화장실이나 계단에서 쪽잠을 자며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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