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보다 수요 창출"…정부도 시장 메이커 역할 강조
젠슨 황 CEO 방한 두고 갑론을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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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스타트업의 '첫 지원자'가 아니라 '첫 고객'이 되어 주십시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씨스퀘어에서 열린 'AXIS 2026(KSF Startup-led AI Summit 2026)'에서 이같이 주문했다.
김 의장은 "스타트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시장의 첫 고객과 첫 번째 성공 사례"라며 "정부가 단순한 지원자가 아니라 첫 고객이 돼 공공시장에서 기술을 검증받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정부의 첫 고객 역할' 필요성은 현장에 참석한 스타트업 대표들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자율주행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대규모 실증과 제도 개선, 규제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현재 전국 10여개 도시에서 80대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지방에 배치돼 있다"며 "고령화와 대중교통 부족 문제를 겪는 지역에서 자율주행 수요가 먼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기업 웨이모가 연간 5조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은 매우 제한된 자원으로 경쟁하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對)드론 체계를 구축하는 피지컬 AI 기업 본에이아이의 방글아 이사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이 '한국에서는 얼마나 판매했느냐'는 것"이라며 "정부와 공공기관이 첫 구매자가 돼 실증과 구매를 지원하는 것이 해외 진출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국방부의 'MTA(Middle Tier Acquisition)' 제도를 언급하며 "방산 스타트업의 신기술 실증 후 장기 구매계약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미국 방산·피지컬 AI 산업 성장의 핵심"이라며 "한국 역시 실증이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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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도 AI 스타트업들의 지적에 공감을 표했다.
목승환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유니콘 브리지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특정 산업이나 제품에 최적화된 AI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 출연연, 공공기관 등과의 개방형 혁신을 확대해 스타트업들의 사업 기회와 판로 확보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공공기관이 AI 스타트업의 첫 번째 고객이 돼 기술 실증부터 구매까지 책임지는 '정부 첫 실증·구매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며 "스타트업들이 초기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며 "중요한 것은 변화가 올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그 변화를 주도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이진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정책기획관은 "최근 발표된 스탠퍼드 AI 인덱스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힘입어 한국의 AI 모델 8개가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등재됐다"며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공급 지원보다 수요 창출"이라며 "공공부문이 AI 기업의 첫 고객이 돼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3강의 방향성과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을 두고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중기부 장관을 지낸 박영선 서강대 서강멘토링센터장은 "대한민국이 엔비디아 생태계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딥엑스, 퓨리오사AI 등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지만 이제는 단순히 반도체를 만드는 것을 넘어 AI 생태계 전체를 설계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며 "국방·제조·의료 분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버린 AI와 버티컬 AI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는 소버린 AI라는 개념에 의문을 제시하며, AI 경쟁을 국가 간 경쟁 구도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류 대표는 "AI 경쟁은 모든 기술을 자체 보유하는 게임이 아니라 글로벌 강자들과 협력해 가치를 만드는 게임"이라며 "한국이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얼월드의 AI 모델 역시 미국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중국의 모델 등을 활용해 개발됐다"며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 기술을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글로벌 협력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 진출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는 손재권 더밀크 대표, 이경훈 채널코퍼레이션 CAIO(최고인공지능책임자), 오혜연 카이스트 교수가 미·중과 차별화된 한국형 AI 전략과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 방안, 글로벌 표준 선점 전략 등을 논의했다.
한편 코스포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정부·대기업 중심의 AI 담론에서 벗어나 산업 현장 최전선에 있는 스타트업의 시각에서 한국 AI의 현주소와 성장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