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혐오 대결'로 가는 강남역 살인, 문제 풀려면…

이슈팀 신지수 기자
2016.05.19 18:01

[이슈더이슈②] "약자에 대한 폭력 등에 대해 사회 구조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18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출구에 '묻지마 살인' 사건 피해자 여성 추모글이 남겨져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사건'이 '여혐'(여성혐오)과 '남혐'(남성혐오)을 부추기는 성 대결로 변질된 모양새다.

지난 17일 일면식도 없는 23살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남성이 경찰 조사에서 범행동기로 "여자들에게 항상 무시당했다"고 밝히면서다.

◇"남성은 살인자다" vs "남자라는 이유로 나라 지키다 죽었다"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난 18일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출구에는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붙고, 소셜네트워크(SNS)에는 여성혐오 범죄를 추방하자는 '하얀리본' 캠페인이 진행되는 등 추모 물결이 온·오프라인에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여자라서 당했다"는 인식이 남성 전체에 대한 혐오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남자들 이쯤 되면 단체로 정신병원 가야하는거 아니냐?"는 글이 달렸고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이 글에 '추천'을 눌렀다. "한남(한국남자)이 또"라는 글도 각종 커뮤니티나 기사 댓글에서 눈에 띈다.

남성 전체에 대한 불신은 여혐으로 돌아왔다. 이전에도 여성 혐오로 도마위에 올랐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관련된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남자라는 이유로 메퇘지 ××들 남녀 편가르기 할 수 있게 나라 지키다 죽었다"는 내용의 글에는 "여자라서 죽었다고? 남자들은 니들 지킨답시고 군대 가서 언제 총알받이 될지도 모르는데?"란 댓글이 달렸다. "군인 죽을 땐 아무 말도 없더니"란 글도 보인다. '메퇘지'는 여성 네티즌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 회원들을 비하하는 말이다.

◇온라인 넘어서 오프라인까지 번지는 '혐오전쟁'

강남역 10번출구에 붙어있는 포스트잇.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에서의 성 대결은 오프라인으로 확대됐다.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이런걸 계기로 '여혐'을 일반화 하지 마라. 메퇘지들아"라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어떤 이들은 포스트잇 몇 개를 가져와 불태우는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물리적 충돌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강남역 10번출구에 '한 인간 쓰레기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온 남성들을 모욕하지 말라. 메갈들아'라는 글을 써 붙였다가 추모객 5명에게 둘러싸여서 3시간 동안 치욕을 받았다"고 했다.

◇여혐 vs 남혐, 이대로 괜찮은가

여성혐오와 남성혐오로 변질된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 남성은 "피해 여성에 대해선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범죄자를 옹호할 생각도 없다"며 "하지만 일방적으로 전 남성을 범죄자처럼 인식하는 점에서 억울한 마음도 든다"고 했다.

하지만 한 여성은 "남성은 억울한 마음을 갖고 살겠지만 여성들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산다. 고통의 정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여혐과 남혐으로는 풀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혐오와 여성혐오 대립구조로 가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고 특정한 개인, 한 남성의 문제로만 봐서도 안 된다"며 "감정적, 감상적으로 나가선 절대 이 문제를 풀 수 없고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차별, 약자에 대한 폭력 등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부 남성들의 경우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됐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양성평등에 관한 교육 등 사람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장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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