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경찰의 권한이 확대된다. 긴급상황에서만 가능했던 입원 요청권을 비긴급상황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발생한 강남 노래방 살인사건 범행 원인 중 하나가 조현병(정신분열증)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실효성과 인권침해 우려에 대한 보완책에 관심이 모인다.
20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의 비긴급상황에서의 정신병원 입원 요청권을 명시한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안이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신보건법은 '정신건강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이름을 고쳐, 공포 후 1년 뒤 시행된다.
현행법상 정신질환자가 의료시설에 입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스스로 입원하는 것과 강제입원으로 나뉘어 있고, 강제입원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가족) △행정입원(기초 지방자치단체장 요청) △응급입원 등으로 나뉜다.
기존법상 경찰은 정신질환자가 다른 사람을 해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즉 정신질환에 따른 현행범에 한해 응급입원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경찰은 행정입원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행정입원은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또는 정신건강전문요원(사회복지사)이 기초지자체장에게 신청하게 돼 있는데, 경찰 역시 일상 근무 중 정신질환자를 발견할 경우 전문의와 전문요원에게 행정입원을 신청하도록 요청할 권한을 갖게 된다.
이번 법 조항 개정으로 경찰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 이상 징후를 보이는 이들에 대해 선제적인 치료와 대응을 하겠다는 전략. 강남 노래방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김모씨(34·구속)가 지난 1월 조현병 치료를 중단, 피해망상이 범행 원인 중 하나로 꼽힌 것처럼 정신질환이 범행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얘기다.
경찰청 관계자는 "치안 일선에서 일하는 경찰이 정신질환자를 발견하면 긴급상황 없이도 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라며 "정신질환에 따른 범죄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내년 6월 정신보건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일선 경찰관들에게 지급할 정신질환 진단표(체크리스트) 마련에 착수했다. 기존 진단표를 바탕으로 관련 연구용역을 거쳐 보완한 진단표를 일선에 배포할 예정이다.
또 생활안전, 형사, 과학수사, 인권 등 관련 부서 관계자로 TF(태스크포스)를 구성, 현장 매뉴얼과 시행령 개정 등을 준비할 방침이다. 일선 경찰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다.
다만 일각에선 경찰의 정신병원 입원 요청권 확대는 자칫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신병원 입원조치가 사실상 신병을 구속하는 것이므로 다른 사람에 의한, 특히 공권력에 의한 입원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정신질환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만큼 지자체장에게 직접 신청하도록 하지 않고, 전문의 등을 거치게 한 것"이라며 "법 시행 전까지 매뉴얼 마련과 교육 등으로 인권침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