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 김씨 "정신질환 입원치료만 6회, 19개월"

윤준호 기자
2016.05.22 11:09

(상보)경찰 심리분석 결과 "묻지마 범죄" 결론…"2년전 '집단생활' 계기 피해망상 대상 '누군가→여성'"

'서초동 화장실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씨(34)/사진=이동훈 기자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프로파일링한 경찰이 이번 범행을 '혐오 범죄'가 아닌 정신질환에서 비롯한 '묻지마 범죄'로 봐야한다고 잠정 결론지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는 피의자 김모씨(34)에 대한 심리면담을 토대로 사건을 종합분석한 결과 "표면적인 동기가 없고, 직접적인 범죄 촉발요인이 없다"며 "정신질환형 '묻지마 범죄'에 해당한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외아들로 자라면서 부모와 대화 없이 단절된 채 지냈고, 청소년기에는 앉았다 일어나는 행동을 반복하거나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 또 2008년 이후로는 1년 이상 씻지 않거나 노숙생활을 이어가는 등 기본적인 자기관리 기능도 손상된 상태였다.

정신질환 증상을 조사한 결과 김씨는 2003년부터 2007년 사이엔 "누군가 나를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호소하는 피해망상을, 2014년 이후엔 "여성들이 나를 견제하고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망상을 보였다.

피해망상 대상이 '누군가'에서 '여성'으로 바뀐 계기는 "2년전 '집단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다만 어떤 집단인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2차례에 걸친 프로파일링에서 김씨의 정신질환 입원치료 전력도 추가로 확인됐다. 애초 2008년부터 지난해 사이 4차례로 알려졌던 김씨의 입원치료 전력은 조사 결과 2차례 더 드러나 총 6차례로 밝혀졌다. 한번 입원할 때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로 총 입원한 기간은 19개월에 이른다.

김씨의 피해망상은 올해 1월 병원에서 퇴원한 뒤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그러던 중 이달 5일 겪은 한 사건을 기점으로 공격성을 띄기 시작했다.

당시 한 식당에서 서빙업무를 보던 김씨는 "위생이 불결하다"는 지적을 받아 다른 식당 주방보조로 옮겨졌다. 본인 잘못이었지만 김씨는 '여성이 자신을 음해해 벌어진 일'이란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증상은 갈수록 악화돼 출근길에 여성들이 본인 앞을 천천히 걸어가면 '나를 지각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의심할 정도였다.

보통 피해망상 정신질환자들은 증상이 악화될 경우 타인을 공격하는 형태로 반감을 표현한다. 김씨도 마찬가지였다. 심리면담을 진행한 서울지방경찰청 프로파일러는 "여성이 자신에게 경쟁의식을 갖고 있다고 느껴온 김씨는 '뭐라 말한 순 없지만 기분 나쁘다'는 식으로 여성에 대한 반감을 키워왔다"며 "반감이 결국 범죄로 이어진 경우"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이번 범행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느냐는 질문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 관계자는 "실무에서 증오·혐오범죄와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는 구분해서 본다"며 "범행 당시 피해자를 보자마자 바로 공격했다는 점에서 계획성도 떨어진다. '묻지마 범죄' 중 전형적인 정신질환 유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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