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살인' 피해자 추모를 위한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앞 추모공간이 철거됐다. 비 예보에 따라 추모글이 적힌 메모지 등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다. 경찰은 닷새 동안 추모공간에서 벌어진 행인간 폭력, 메시지 훼손 논란 등을 수사하는 한편 오는 24일 오전 사건 피의자 김모씨(34)의 현장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23일 서초구청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인 자원봉사자 50~60명은 이날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은 추모 메모지를 전부 떼어 미리 준비한 스티로폼 패널에 옮겨 붙였다. 시민들이 놓아두고 간 꽃, 인형 등도 모두 정리됐다.
자원봉사자들은 24일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추모 메시지 훼손을 막기 위해 철거를 결정했다. 일부 시민이 인위적으로 추모 메모지를 훼손한 사건이 빈발한 것도 철거 이유 중 하나다.
서초구청은 오전 9시30분쯤 직원 6명과 1t 트럭 1대를 이용해 추모 메모지를 구청으로 옮겨온 뒤 서울시청에 전달했다. 서울시는 오는 24일부터 시청사 지하 1층 시민청에 추모 공간을 마련, 전시할 예정이다. 추모 공간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장기적으로는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1층에 강남역은 물론 부산·대구 등 전국의 추모글을 영구 보존하는 '기억의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9일 강남역 10번 출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추모 포스트잇을 보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뜨거운 추모 열기만큼이나 고조됐던 남녀간 '성(性) 대결' 양상은 지속되고 있다. 이날 오전부터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남성 A씨는 피켓을 통해 "진정으로 추모하려 한다면 더는 고성방가와 도발적 행동을 삼가라"고 밝혔다.
오후 3시에는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여성혐오를 반대하는 여성들의 1차 집단행동'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10여명의 여성들은 길거리에 쓰러지는 연기를 한 뒤 일어나 "여성혐오가 죽었다"고 외쳤다. 이번 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평가한 경찰을 규탄하는 내용이다.
강남역 10번 출구 주변에서 벌어진 추모객 사이의 폭행, 메모지 훼손 사건 등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서초경찰서는 지난 20일 오후 6시쯤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분홍색 코끼리 인형 탈을 쓴 김모씨(31)를 폭행한 용의자들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김씨는 "육식동물이 나쁜 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동물이 나쁜 겁니다"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었고, 이에 일부 추모객들은 김씨를 향해 "당당하면 탈을 벗어라"라고 요구하며,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등 폭행했다. 김씨는 폭행 사건 다음날 경찰에 신고했고, 이날 경찰에 출석해 피해사실을 진술했다.
경찰은 또 20일 새벽 신원불상의 인물이 추모공간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 4장을 떼내 불태운 사건, 전날 여중생이 추모 공간 인근에서 폭행당하는 내용의 동영상 등을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24일 오전 9시 이번 사건의 현장검증을 실시한다. 경찰은 사건 현장인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범행을 재현하며 피의자 김씨의 구체적 범행 과정과 심리상태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