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개인금고를 압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자금관리 담당자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롯데의 비자금 규모 등은 이른 시일 내에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지난 10일 압수수색 당시 롯데그룹 영빈관에서 신 회장의 개인금고를 압수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신 회장 측이 알려준 비밀번호로 금고 내용물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내용물을 바탕으로 롯데 그룹 비자금의 실체와 규모 등을 추적할 방침이다.
이날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자금관리를 담당했던 L모씨 등 3명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전날 세 사람의 자택과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비자금이 조성된 경위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주말 내내 롯데그룹 실무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였다. 조사 대상에는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계열사의 재무담당 실무자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던 중 L씨 등의 존재와 역할 등을 파악하고 급하게 압수수색 등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0일 압수한 압수물에 대한 분석에도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롯데그룹 본사와 6개 계열사, 신동빈 회장의 자택 등 1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1t트럭 7대 분량의 압수물을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자료들을 통해 롯데그룹 오너 일가가 조성한 비자금의 규모와 용처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롯데 측의 증거인멸 정황도 추가로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롯데 일부 핵심 계열사의 핵심 부서에서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했다"고 했다.
롯데는 압수수색 당일에도 핵심 자료를 빼돌리려다가 수사관에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롯데그룹 정책본부 직원들로 회사 밖으로 서류를 유출하려 했으나 수사관에 의해 제지당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서류상으로는 롯데쇼핑 부서지만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핵심 부서다.
검찰은 롯데 측이 수사 전부터 관련 자료 폐기를 시도했다는 첩보를 여러 차례 받아온 만큼 핵심 자료가 이미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롯데의 횡령·배임 규모를 3000억원대 내외, 비자금을 수백억 원대로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백억 원대 비자금의 용처와 롯데그룹이 이명박 정부 때 입은 특혜 사이에 연결고리가 드러날 경우 수사의 파문은 정계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롯데는 전 정부 시절 제2 롯데월드 인허가를 비롯해 부산 롯데월드 부지 불법 용도 변경, 맥주 사업 진출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이제 수사를 시작한 단계로 롯데의 범죄 규모를 특정할 수 없다"며 "용처에 대한 수사는 비자금 규모를 확인한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허가 로비 등은) 아직까지 수사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