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개인 트레이닝(PT) 전문 헬스장에는 이달 들어 새로운 회원이 20여 명 늘었다. 특히 평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는 시간당 PT 최대한도인 8명이 모두 꽉 차 있다.
이 헬스장을 운영하는 윤모씨(33)는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신규 등록 회원과 기존 회원 출석률이 지난 달에 비해 모두 1.5배씩 늘었다"며 "야근이 줄어서인지 전보다 밤 10시 전에 운동하려는 회원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직장 문화에 소소한 변화가 일고 있다. 대부분 젊은 직장인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밤늦게까지 회사에 머물던 직장인들이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면서 운동이나 취미생활 등을 즐기는 모습이다.
서울 한 공기업에 근무하는 문지영씨(30)는 요즘 오후 6시면 곧바로 퇴근해 요가 학원으로 직행한다. 불필요한 야근이 줄어든 덕분이다. 문씨는 "예전에는 오후 9시까지 야근할 때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6시면 대부분 퇴근한다"며 "가끔은 남편과 집 근처 영화관에서 평일 저녁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모씨(30)도 그동안 망설이던 운동을 시작했다. 평일 오후 5시에 퇴근한 뒤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하는 필라테스 수업을 받는다. 박씨는 "이전에도 운동하려 했는데 야근이 많다 보니 일주일에 겨우 1번 가는 정도였다"며 "이제는 퇴근 시간이 고정돼 오후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평일에 2번씩 운동을 다닌다"고 밝혔다.
업무 집중도가 향상됐다는 직장인도 있었다. '눈치 야근'이 줄어든 만큼 일을 제때 마치면 정시 퇴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교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전슬기씨(29)는 "일을 빨리 끝내면 빨리 퇴근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낮 시간대 업무 몰입도가 높아졌다"며 "생산성 위주의 회의를 하는 등 팀 전반적으로도 업무 효율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 본사가 모여 있는 서울 광화문 주변 음식점 업주들은 회식이 줄어 울상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한모씨(59)는 "원래 오후 10시에 영업을 끝냈는데 지난달부터는 회식이 없다 보니 오후 8시만 돼도 손님이 안 와 더 일찍 문을 닫는다"며 "이번 달은 지난 달에 비해 매출이 10%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 52시간 근무제는 '회식 금지'와 같은 말인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63)도 "지난달부터 체감상 회식이 80% 이상 줄어든 것 같다"며 "저녁 손님이 없어서 점심 매출로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녁에 근무를 끝내고 삼삼오오 오던 직장인들도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