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떠도는 "정준영 동영상 구해요"

한민선 기자
2019.03.14 06:00

"사실무근"에도 女연예인 명예훼손…'신상털이'에 2차 피해도 심각

/삽화=김현정디자이너

#"OO야 실망이다""XX야 사랑했다" 대학생 성모씨(24)는 지난 12일 온라인 게임을 하다 여성 아이돌 멤버들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언급된 연예인은 '정준영 불법 촬영물' 관련 '지라시'에서 피해자로 추정된 인물이었다. 이날 게임을 하는 내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됐다.

그는 "평소 온라인 게임을 즐겨 하지만, 이날은 소름이 돋아 게임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며 "가해자에 대한 말은 거의 없었고, 피해자에 대한 말만 가득했다"고 했다. 또 "동영상을 구한다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가수 정준영씨(30)가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사건과 관련 없는 여자 연예인들의 명예훼손 우려가 심각하다. 또 불법 촬영물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도 발생하고 있다.

◇실검 등장·댓글 언급… 女연예인 명예훼손에 소속사 "사실무근"

지난 12일 밤 9시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사진=네이버 캡처

정씨는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2015년 말부터 10개월간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성관계 동영상 등 불법 촬영물을 수차례 공유한 혐의(성폭력처벌특별법 위반)다. 피해 여성은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사건은 지난 11일 오후 정씨가 속한 카카오톡 대화방을 폭로한 SBS 보도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보도 이후 각종 '지라시'를 통해 아이돌 그룹 멤버 및 배우 등 여성 연예인이 이름이 거론됐다. 정준영과 친분이 있던 연예인을 걱정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서 여성 연예인 다수의 이름이 올랐다. 또 '정준영 OO(여성 이름)' 등이 자동완성·연관 검색어로 형성됐다. 관련 기사 댓글이나 커뮤니티 글에서도 끊임없이 실명이 언급됐다.

배우 이청아·오연서·정유미·오초희 및 트와이스 측은 모두 관련 루머를 일체 부인하고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이들은 "근거 없는 루머로 심각한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몰카 상대는 누구?"…2차 가해 일파만파

디지털 성폭력 가해 행위별 유형./사진=여성가족부

성관계 동영상을 찾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실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시작된 것이다. '여성가족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에 따르면 2차 가해는 △성희롱 사건에 대한 소문 △피해자에 대한 배척 △행위자에 대한 옹호 등의 형태로 피해자를 괴롭히는 것을 말한다.

각종 커뮤니티, 카카오톡 오픈 채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익명으로 대화가 가능한 곳이라면 어김없이 '몰래카메라 상대가 누구냐', '동영상 구한다' 등 2차 가해가 발생했다.

대학생 김모씨(24)도 지인에게 황당한 말을 들었다. 김씨의 지인은 '유명 여자 연예인이라면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권리를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지인과 다신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며 "일상 생활에서도 계속해서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몰카 피해자라는 주홍 글씨…신변 알려질까 두려워"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입국한 가수 정준영. /사진=김창현 기자

실제 피해자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승리의 성 접대 의혹을 처음 제기한 기자는 한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그에게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고, 막막하고 두렵다"며 "살려 달라. 어떻게 살아야 되냐"고 토로했다.

또 "한 여자로서 이 몰카 피해자라는 주홍글씨를 평생 어떻게 따라 붙이고 살아가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하고 싶어도 신변이 알려질까 봐 너무나 두렵다"고 고백했다.

이 같은 2차 가해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불법강간약물' 사용, 성 접대 등 '버닝썬 사건'이 불거진 후에도 그랬다. 성인사이트엔 '버닝썬 동영상'이란 이름의 영상이 올라왔고, 각종 커뮤니티에도 "버닝썬 동영상을 봤다"는 글이 올라오자 "동영상을 어디서 봤냐"는 답글이 달렸다.

2차 가해는 경우에 따라 법적 처벌이 가능한 범죄다.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담은 내용을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전할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전달받은 동영상을 재유포하는 것도 정보통신망법 제44조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보는 행위, 다운로드 받는 행위는 현행법상 처벌 대상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명백히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이며 범죄에 가담하는 행위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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