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당하는데 여경 현장서 떠나"...1살 지능된 피해자[뉴스속오늘]

"칼부림 당하는데 여경 현장서 떠나"...1살 지능된 피해자[뉴스속오늘]

이은 기자
2026.05.27 06:03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21년 11월 15일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이웃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A씨(당시 49세)의 모습. /사진=뉴스1
2021년 11월 15일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이웃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A씨(당시 49세)의 모습. /사진=뉴스1

2022년 5월 27일.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일가족 3명을 흉기로 살해하려 한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호성호)는 이날 오후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당시 49세)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또 10년간의 위치 추적 전자 장치 부착을 명령하고, 음주 제한과 피해자들에 대한 접근금지 등 준수사항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당시 범행의 정황과 증거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가 아래층 주민 3명 모두를 살해하려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엄벌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했으나, 2심은 이를 기각했고 A씨가 제기한 상고도 취하되면서 형이 최종 확정됐다.

층간 소음 갈등 끝에…아래층 가족에 흉기 휘두른 40대 남성
2021년 11월 15일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인천 남동구의 빌라 공동현관문./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2021년 11월 15일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인천 남동구의 빌라 공동현관문./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A씨는 2021년 11월 15일 인천 남동구 서창동의 한 빌라 3층에 살던 일가족 3명을 흉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사건 2~3개월 전 해당 빌라 4층으로 이사 온 A씨는 3층에 살던 피해 가족이 고의로 층간소음을 낸다는 피해망상으로 이들과 갈등을 빚어오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일 갈등은 오후 12시50분쯤 시작됐다. 피해 가족은 "위층 주민이 현관문을 발로 차고 있다"며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를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혐의로 처분했고,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한 뒤 돌아갔다.

그러나 약 4시간 이후 A씨는 다시 아래층에 찾아가 난동을 부렸고, 피해 가족의 신고에 경찰이 다시 출동했다. 인천 논현경찰서 소속 지구대의 경위와 순경이었다.

경위는 A씨와 분리된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기 위해 50대 남성 B씨를 빌라 밖 주차장으로 데리고 나왔고, 3층에는 여성 순경과 B씨의 아내 40대 C씨와 20대 딸 D씨가 남아있었다.

두 남성이 자리를 비우자 A씨는 여성들만 남은 3층으로 내려가 마구 흉기를 휘둘렀다. A씨가 C씨의 목 부위를 흉기로 찔러 피가 솟구치자 순경은 "119를 불러야 한다"며 황급히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 사이 D씨는 "사람 살려! 아빠! 아빠!"라고 외치며 흉기를 휘두르던 A씨와 맞서 싸우다 얼굴과 손을 크게 다쳤다. A씨를 제압한 건 비명에 황급히 뛰어 올라온 B씨였다. 그는 흉기 날을 잡고 A씨를 제압하다가 손을 크게 다쳤다.

목을 찔려 심정지가 오는 등 위급한 상황에 놓였던 C씨는 이후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해 1살 지능의 반신불수(뇌경색·편마비)가 됐다. 어머니가 습격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D씨는 극심한 트라우마로 고통에 시달리게 됐으며, 얼굴엔 7㎝ 흉터가 남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단봉·테이저건' 갖추고도…흉기 난동 현장 이탈한 경찰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을 목격한 뒤 범행 현장을 이탈해 내려오는 순경과 비명을 듣고 올라가는 B씨와 경위의 모습이 당시 빌라 CC(폐쇄회로)TV에 포착됐다. /사진=뉴스1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을 목격한 뒤 범행 현장을 이탈해 내려오는 순경과 비명을 듣고 올라가는 B씨와 경위의 모습이 당시 빌라 CC(폐쇄회로)TV에 포착됐다. /사진=뉴스1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순경은 삼단봉과 테이저건을 지니고 있었으나, 흉기에 찔린 피해자를 두고 현장을 떠났다.

순경은 계단을 뛰어 내려오며 만난 경위에게 손을 목으로 긋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피해 상황을 알렸다. 그 사이 B씨는 경찰을 제치고 빠르게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이후 두 경찰은 함께 빌라 밖으로 나갔다가 공동 현관문이 잠기는 바람에 우왕좌왕했고, 이들은 다른 사람이 문을 열어준 뒤에야 빌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 모습은 당시 빌라 CC(폐쇄회로)TV 영상에 모두 포착됐다.

약 3분이 지나 두 경찰관이 현장에 다시 돌아갔을 땐 이미 A씨는 B씨에게 제압된 상태였다. 이후 A씨는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체포됐다.

2021년 11월 C씨의 동생이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리면서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흉기 난동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앞서 성희롱, 괴롭힘 등으로 A씨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인천경찰청은 "시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인천 경찰의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대해 피해자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흉기 난동 현장을 이탈한 두 경찰은 그해 11월 30일 해임됐다. 이들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해임은 지나치다며 해임 취소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하면서 해임이 확정됐다.

'직무 유기' 혐의받은 두 경찰…"피해자 대신 찔렸어야 했냐" 진술에 공분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에 출동했던 여성 순경이 직무유기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솟구치는 피를 본 뒤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으나, 당시 빌라 CC(폐쇄회로)TV에는 태연히 범행 장면을 흉내 내는 모습이 담겨 논란이 일었다. /사진=뉴스1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에 출동했던 여성 순경이 직무유기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솟구치는 피를 본 뒤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으나, 당시 빌라 CC(폐쇄회로)TV에는 태연히 범행 장면을 흉내 내는 모습이 담겨 논란이 일었다. /사진=뉴스1

두 사람은 직무 유기 혐의로 형사 재판에도 넘겨졌다. 1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2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시간은 전 순경 280시간, 전 경위 400시간으로 상향 조정됐다.

전 경위는 항소심 재판에서 "건물 안에서 무전이 잘 터지지 않아 구급차를 부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고 주장했으며, 전 순경은 "솟구치는 피를 보고 '블랙 아웃' 상태가 돼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피해자 대신 흉기에 찔렸어야 했느냐"고 진술했다. 그러나 당시 빌라 CC(폐쇄회로)TV 영상에는 전 순경이 A씨의 범행 모습을 태연히 따라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 논란이 일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직도 변명하고 있다"고 두 사람을 질타하며 "피해자들은 싸우면서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고 묵묵하게 일하는 대다수 다른 경찰관들의 자긍심도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후 전 경위는 상고했으나 기각됐고, 전 순경은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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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 기자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연예 분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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