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성관계 몰카 유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3년전 정준영(30)씨의 전(前) 여자친구가 '몰카'를 이유로 고소한 당시, 휴대전화 복구를 맡겼던 업체에 대해 13일 압수수색을 했다.
경찰은 수사자료 확보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해당 업체 관계자가 이번 사건의 제보자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 형식으로 '비실명 대리신고'했다는 방정현 변호사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익명의 제보자가 존재함을 밝혔다. 제보자가 이메일을 보냈고, 그로부터 '버닝썬' 관련 자료를 받아 권익위에 대리신고했다는 주장이다.
법률전문가들은 만약 이날 압수수색을 당한 복구업체 직원이 방 변호사에게 파일을 보낸 익명의 제보자라면, 여러가지 법적 쟁점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본다. 공익 목적의 제보였지만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보과정에 불법성 있었다면 '공익신고자' 인정돼야 처벌 면할 수 있어
우선 제보자의 '공익신고자' 해당 여부부터 문제된다. 방송 등 일부 언론에서 방 변호사를 '공익신고자'로 표시하고 있지만 엄격히 따지면 방 변호사는 '공익신고자'가 아니다. '공익신고를 대리하는 변호사'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제 8조의 2에 새로 규정된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는 지난해 4월 신설돼 10월 18일부터 시행됐다. 공익신고자의 신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공익신고자 본인'에 관한 인적사항 등은 '봉인'돼 권익위에 보관되고 본인 동의없이 열람되지 않는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른 '공익신고'가 인정되려면 법령에서 정한 범죄혐의가 있어야 한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로 별표에 별도로 나열한 284개의 법에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은 없다. 그런데 현재까지 정준영 휴대전화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카톡 대화방과 동영상만으로 가늠할 수 있는 범죄는 대부분 일반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 관련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정도다. 동영상 중에 '약'을 먹여 기절한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제기된 혐의 중에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외엔 공익제보가 가능한 유형에 해당하는 범죄가 뚜렷하게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만약 수사결과 마약류관리법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정준영 휴대전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범죄혐의를 권익위에 '공익신고'한 의미가 없어진다.
권익위가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범죄신고'가 됐지만 법에 따른 '공익신고'의 형태여야만 가능한 '신고자보호'를 기대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제14조에 "공익신고자의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에는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 '형사책임 감면'도 제보자가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아야만 가능하다.
◇고객비밀 유출했다면 형사처벌 대상 될수도
법에 따른 '공익신고자' 보호가 안 된다면 오히려 제보자가 범죄혐의자가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공익을 위한 제보라도 고객의 의사에 반해 고객의 비밀을 외부에 알렸다면 '비밀침해죄'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형사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소연 변호사(리인터내셔날 특허법률사무소)는 "헌법 제17조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자유권을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16조 제2항에 의해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그 내용을 알아 낸 경우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복구나 수리를 위해 자발적으로 맡겼다고 해도 본인의 의사에 반해 기술적 수단 등을 이용해 그 내용을 알아냈다면 비밀침해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씨가 휴대전화를 맡기면서 데이터 확인절차가 필요한 데이터복구업체 업무 특성상 동영상이나 카톡대화를 일시적으로 확인해도 된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업체 직원이 이 데이터를 고객이 아닌 제3자에게 사후에 전달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김운용 변호사는 "카톡 대화가 파일 형태로 돼 있긴 하지만 제3자간의 통신내용인 점을 고려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재판에 넘겨질 경우에는 '증거 능력'도 문제될 수 있다. 업체 직원이 복구한 파일이 맞다면 법리적으론 '사인(私人)'에 의한 위법수집증거가 된다.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가 기록된 파일을 제3자가 취득해 넘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해당 자료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모든 사인에 의한 위법수집증거가 배제되는 건 아니다. 제한적으로 비교형량을 통해 증거로 쓰일 수도 있다. 그런데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는 불법감청 등으로 기록된 전기통신 내용은 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따라서 증거로 쓰이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
수사기관에선 정씨와 카톡 대화방 참여자 등 관련자들을 기소하기 위해선 이 파일을 참고해서 별도의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해야만 한다.
또한 업체에서 데이터복구한 자료가 방 변호사를 통해 권익위에 전달됐고 다시 검찰에 넘어갔다면, 그 과정에서 정보가 오염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경우의 데이터 파일은 증거로 쓰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