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사권조정 2라운드…법률 개정 범위 두고 대립 첨예

이정현 기자
2020.03.12 11:04
검찰/사진=뉴스1

검경 수사권조정 후속작업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또한번 대립하는 양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은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주재하는 '국민을 위한 수사권개혁 후속추진단' 회의에서 법률 개정 범위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실상 수사권조정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후속추진단은 현재 검경 수사권조정 관련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하위 법령 개정 논의를 진행 중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착수범위 관련 대통령령 등 개정 형사소송법과 개정 검찰청법에 따른 하위 법령 개정 작업이다. 하지만 논의가 시작되자 경찰은 개정 법안들과 연관된 모든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측은 현재 형사소송법이 개정됨에 따라 이와 관련된 법률을 모두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형사소송법이 개정됨에 따라 검찰과 경찰이 기존 지휘 관계에서 협력 관계로 변경됐으니 이에 맞게 지휘 관계로 보이는 법률을 모두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례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10조는 사법경찰관리의 행정적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데, 제1항을 보면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동법 제2조부터 제6조까지의 범죄가 발생하였는데도 그 사실을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거나 수사를 게을리하거나 수사능력 부족 또는 그 밖의 이유로 사법경찰관리로서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임명권자에게 징계, 해임 또는 교체임용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제2항에 따르면 제1항의 요구를 받은 임명권자는 2주일 이내에 해당 사법경찰관리에 대해 행정처분을 한 뒤 그 사실을 관할 지검장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경찰측은 이같은 법 조문이 협력보다는 지휘에 가깝다며 모두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측 주장대로라면 수백개에 달하는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논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늦어도 1년 안에 시행하도록 돼 있어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따라서 이 기간 내에 논의를 마쳐야 하는데 경찰측 주장대로 관련 법률 전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직접수사 범위, 수사종결 및 재수사 요구 등과 관련된 실무적인 하위 법령 개정 작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과 경찰의 이같은 대립의 원인은 수사권조정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던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여야는 수사권조정 법안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했고 법사위에서도 관련 논쟁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수사권조정 법안이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고 이에 따라 별도의 전문위원 체계·자구 심사나 심도있는 논의 없이 본회의에 상정됐다. 개정법이 다른 법률과 충돌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검토하지 못했던 것이다.

회의에 제출되는 자료나 사례, 통계에 대한 왜곡 문제도 지적된다. 검찰은 경찰측에서 회의에 가져오는 사례나 통계가 왜곡돼 있다고 본다. 주장에 맞는 사례나 통계를 준비하기 위해 기존 자료를 바꿔 준비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자료에 반박하기 위해 매주 회의를 개최해 반박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검경 수사권조정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민정수석실 산하에 '국민을 위한 수사권개혁 후속추진단'을 설치했다. 단장은 김조원 민정수석이 맡고 법무부, 행정안전부, 국방부, 해양경찰, 특별사법경찰기관, 기획재정부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지난달 7일 상견례 자리를 갖은 추진단은 14일에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에 회의를 진행해 오다가 3월부터는 매주 화요일에 회의를 열고 있다.

추진단이 본격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난 뒤 회의 주재자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김영식 청와대 법무비서관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한차례 논란이 일었다. 이 비서관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김 비서관은 같은 사건으로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려는 것을 막은 주역으로 지목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는 "마감 기간이 정해져 있는 회의에서 이처럼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다가는 결국 주도하는 세력이 이끄는대로 결론이 흘러갈 수 있다"면서 "정부가 애초부터 논의할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현재 법률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지만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으니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직접 후속추진단 회의에 참석하는 법무부측 관계자는 "법무부가 회의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참석자 중 하나일 뿐이라 특별히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경찰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후속추진단이 수사권조정 취지를 고려할 때 개정이 필요한 연계법률 리스트 제출을 요청했고 이에 경찰은 50여개의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폭력행위처벌법 개정 요구에 대해선 "직무배제, 징계에 관해선 형소법에 관련 조항이 신설됐기에 종전 규정은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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