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6만명 사라져 1000명 주검으로…성인 실종 '골든타임' 왜 놓칠까

박수현 기자
2023.02.03 07:00

#지난달 31일 오후 3시10분쯤 충남 태안의 한 저수지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여성은 얼어있는 저수지의 물속에 잠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여성은 지난달 25일 직장 동료가 "출근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해에 성인 6만명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된다. 18세 미만 아동,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 환자에 대한 실종 신고에는 즉각적인 수사가 이뤄지지만 성인에 대한 실종 신고는 사례에 따라 대응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성인 실종자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3일 경찰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실종 신고인 '가출인' 신고 접수는 2019년 7만5432건, 2020년 6만7612건, 2021년 6만6259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해제 건수는 2019년 492건, 2020년 645건, 2021년 931건으로 매년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접수된 '실종아동 등'에 대한 신고 접수 건수의 1.71배다. 18세 미만 아동,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 환자에 대한 실종 신고 건수는 2019년 4만2390건, 2020년 3만8496건, 2021년 4만1122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된 성인 가운데 매년 1000여명이 숨진 채 발견된다. 최근 5년간 사망한 가출인은 2018년 1773명 2019년 1695명 2020년 1710명 2021년 1445명 2022년 1200명으로 집계됐다. 이 통계의 가출인에는 가출, 실종, 극단적 선택 의심, 연락 두절 등이 모두 포함됐다.

지난해 6월27일에는 오후 9시30분부터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았던 20대 여성 A씨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11시1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 가양대교 위에 서있는 모습이 버스 블랙박스에 잡혔다. 하지만 해당 날짜 이후부터 이날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몇 달 뒤인 지난해 8월7일에는 20대 남성 B씨가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인근의 폐쇄회로(CC)TV에 모습이 잡힌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가족들은 직접 실종 전단을 배포했지만 B씨를 찾지는 못했다. 결국 B씨는 같은 해 추석 당일인 9월10일 인천 강화도에서 하반신만 남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두 사례와 같이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돼도 대상자가 성인이라면 적극적인 수색은 어렵다. 현행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이 위치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는 대상은 만 18살 미만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에 한정된다. 만 18세 이상 성인은 실종 신고가 들어와도 강제로 소재를 파악하는 등 수사에 나설 법적 근거가 없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르면 성인에 대한 실종 신고가 들어와도 영장 없이 수색할 방법이 없다"며 "더군다나 범죄와 연관이 없다면 단순히 소재 파악을 위해서 영장이 나오지도 않는다. 112에 극단적 선택 의심 신고가 들어와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가해질 우려가 있다면 위치를 추적할 수도 있지만 단순한 가출 신고는 수색할 방법이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 실종 성인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상임위원회의 문턱도 넘지 못한 상황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2021년 11월25일 '실종 성인의 소재 발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경찰이 실종 성인에 대한 발생 신고를 접수하면 곧바로 수색 또는 수사 여부를 결정하고 필요한 경우에 위치정보사업자 등에게 개인위치정보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지난해 2월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다. 이 법안은 실종 성인의 조속한 발견과 복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당사자의 자기 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원한이나 채권·채무 관계 등 목적으로 악용될 염려가 있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논의를 끝으로 국회에서 1년째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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