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튄 범죄자 쇠고랑 채운 영사, 동네 경찰서장 되니…놀라운 변화

정세진 기자, 오석진 기자
2024.04.09 06:00

[우리동네 경찰서장⑥]박민영 서울 관악경찰서장 "민생치안 1번지, 주민 인정 받는 경찰되겠다"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박민영 관악경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도와달라."

2021년 태국 경찰관이 주태국 한국대사관 경찰 영사에게 '절실한' 한 마디를 건넸다. 태국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한국인 A씨(30대·남)가 태국 여성을 성희롱하는 유튜브를 생중계했다. 태국 사회는 크게 분노했다. 태국인들은 A씨 술집을 찾아내 집기 등을 부쉈다. 한국 교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경찰 영사는 행동에 나섰다. 확인 결과 A씨는 사기 혐의로 한국에서 수배 중이었다. 한국 경찰청에 요청해 A씨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을 통해 수배했다. 태국 이민국은 A씨 비자를 취소했다. A씨는 결국 2022년 4월 태국에서 붙잡혔고, 한국으로 송환됐다.

A씨뿐 아니라 세월호 성금을 챙겨 태국으로 도주한 후 교민들을 상대로 범죄를 벌인 사기범, 사이버 도박 서버 운영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자들도 경찰 영사의 집요한 추적 끝에 한국으로 송환돼 죗값을 치렸다.

서울대·신림역·샤로수길…'1인 가구 1위' 관악경찰서
박민영 관악경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국격을 훼손하는 이들이 죗값을 치르도록 힘썼던 경찰 영사가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다. 박민영 서울 관악경찰서장(52) 이야기다.

관악구는 서울에서 1인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기초단체다. 지난 3월 기준 관악구 인구 대비 1인가구 비율은 62%로 조사됐다. 서울대 캠퍼스와 신림역 인근 주택가, 고시촌, 먹자골목, 새롭게 떠오르는 '샤로수길'이 이곳이 위치한다.

관악서 112신고 접수 건수는 서울 내 수위를 다툰다. 은둔형 외톨이에 의한 흉기난동, 강간살인, 미성년자 약취유인, 외국인 마약류범죄, 사기 등 다양한 범죄가 발생한다. 치안 대책을 수립하고 경찰서 직원 900여명을 지휘해야 하는 박 서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지난해 7월 신림역 근처 흉기난동 사건은 박 서장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부임하기 전이었지만 우리 공동체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관악서는 체감안전도 조사 결과 서울 경찰서 31개 서중 31위였다. 체감안전도 조사는 경찰이 지역 주민을 상대로 범죄로부터 얼마나 안전하게 느끼는지 확인하는 조사다. 체감안전도는 박 서장이 취임하고 지난 2월 9등으로 수직상승했다.

"경찰은 항상 범죄에 이겨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 박 서장이 가진 신념이다. 그는 최근 관내 유치권 분쟁 과정에 용역 100여명이 투입된다는 정보를 입수하자 200여명을 투입해 제압했다. 박 서장은 "관악 경찰이 5분안에 동원할 수 있는 경력은 최소 지구대와 파출소 9곳 경찰관 72명"이라고 했다.

체감안전도 31→9등 수직상승 …"고민 상담하는 경찰서 만들 것"
박민영 관악경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 서장은 취임 후 1인가구 강력범죄 예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내 고시원 업주 200여명이 참여하는 고시원협회와 MOU(업무협약)를 맺고 △범죄예방 교실 개최 △ 범죄사례 공유 △ 시정장치와 CCTV(폐쇄회로) 점검 등을 한다. 관악서와 MOU를 맺은 고시원에는 인증마크를 부착해 시민 불안감을 해소한다. 고시원 업주들과 SNS(소셜미디어) 소통방을 만들어 관련 활동을 홍보하고 우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시 전파하도록 했다.

박 서장은 "주민이 안심하는 경찰서인 동시에 출근하고 싶은 경찰서, 고민 상담하는 경찰서를 만들고 싶다"며 "30년째 경찰관으로 일하고 있다. 퇴직 후에도 주민들로부터 인정받는 관악경찰로 남고 싶다"고 했다.

박민영 관악경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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