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7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대화에서 대한민국과 중국 경기가 열렸다. 이 경기에서는 한국 축구 역사상 전례 없던 장면이 나왔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을용이 중국 선수 뒤통수를 손으로 가격한 것. 이른바 '을용타'의 탄생이다.
당시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전반 종료 직전 코너킥 기회를 얻었고 이때 이을용이 올린 크로스를 유상철이 헤딩으로 선제골을 만들었다. 이어진 후반에서 한국은 점수를 유지하기 위해 공을 돌리는 소극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한국 전략에 거칠게 경기를 하던 중국은 '공한증'(축구에서 중국이 한국을 이기지 못하는 현상)을 깨기 위해 백태클까지 불사하는 등 소림축구로 우리 선수를 강하게 압박했다.
중국의 거친 플레이는 후반 14분쯤 사달을 불러왔다. 이을용이 동료 패스를 받은 후 공을 돌린 상황에서 중국 선수 리이가 달려와 그의 오른쪽 발목을 걷어찬 것이다.
분노한 이을용은 곧바로 리이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가격했다. 리이는 잠시 황당해하다가 심판 눈치를 보며 그대로 쓰러져 뒹굴다 들것에 실려 나갔다. 심판에게 반칙을 강조하기 위한 할리우드 액션이었다.
감정적으로 격해 있던 양 팀 선수들은 이을용 주변으로 몰려들면서 경기장 분위기는 삽시간에 험악해졌다. 다행히 상황은 더 악화하지 않고 마무리됐다.
명백한 비신사적 행위에 이을용은 결국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하지만 한국은 수적 열세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여유 있게 승리를 지켜냈다.
이 사건은 경기 당시보다 경기 후에 더 유명세를 탔다. 국제무대에서 거친 '소림축구'로 악명 높던 중국축구에 대한 반감으로 찬사가 이어지면서다.
2000년대 초반 폭발적으로 성장한 인터넷상에서 '을용타'는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밈(meme)이 됐다. 밈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이자 대중문화 일부를 말한다.
패러디도 쏟아졌다. 당시 쓰러진 리이를 노려보던 이을용 표정과 뒤에서 달려오는 또 다른 중국 선수 양천 모습은 패러디로 쓰기에 더할 나위 없었기 때문이다. 을용타는 13년이 지난 2016년 한 광고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을용은 상대를 가격한 데 대해 자기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2년 뒤인 2005년 '을용타'에 대해 "순간적인 흥분을 참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 한 예능에서는 "원래부터 다리가 좋지 않았는데 중국 선수가 자꾸 그 부위를 공략해 태클했다"며 "나도 모르게 그냥. 그럼 안 되는데"라고 해명했다. 실제 당시 이을용은 발목 부상으로 재활하다 가까스로 부상이 완쾌되던 시점이었다.
이을용은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리이 선수에게 사과했고 상대도 받아줬다고 한다. 이 일로 이을용은 벌금 1000만원을 납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