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후에야 명성 누린 '불멸의 화가'…고흐는 왜 귀를 잘랐나[뉴스속오늘]

양성희 기자
2024.12.23 06:30

1888년 12월23일…빈센트 반 고흐, 자신의 귀 자르는 자해 저질러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자화상/사진=위키피디아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생후 누린 명성과 달리 생애 전반 극심한 고통과 정신질환에 시달렸다. 그의 삶은 우울과 혼돈의 연속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둔 1888년 12월23일엔 정신적 불안 증세가 극에 달했다. 반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는 자해를 저지르고 말았다.

자신과 작품을 비판한 폴 고갱과 갈등을 빚다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해했다는 게 미술계 정설이지만 진짜 이유에 대해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수십장의 자화상을 그린 반 고흐는 자해 후 귀에 붕대를 감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 반 고흐가 귀 자른 이유는 폴 고갱 때문?

136년 전 오늘, 1888년 12월23일. 반 고흐가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 배경엔 폴 고갱이 등장한다. 고갱은 또 다른 '불멸의 화가'이자 고흐의 프랑스 아를 '노란 집'에 같이 살던 친구다.

두 사람은 절친했지만 여러 갈등을 빚었는데 고갱이 그린 '해바라기를 그리는 반 고흐' 그림에서 그동안 쌓인 것이 폭발했다고 한다. 그림 속 고흐가 흐리멍덩한 눈빛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본 고흐가 자신을 '정신 이상'으로 표현한 고갱에 분노를 참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고흐는 극심한 정신적 발작을 일으켜 면도칼을 들고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르는 자해를 저질렀다. 고흐가 고갱을 공격할 듯이 노려보다가 결국 흉기로 자신을 자해했다는 고갱의 회고도 있다.

한참이 지난 후, 고흐 귀를 사실은 고갱이 펜싱 검으로 잘랐다는 주장도 나왔다. 두 사람의 다툼이 격렬해지면서 고갱이 검을 휘둘러 다쳤는데 고흐가 고갱의 처벌을 원하지 않아 진실을 숨겼다는 것이다.

귀 전체를 자른 것인지 귓불만 잘랐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또한 고흐가 자른 귀를 창녀에게 줘 그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설과 관련해서도 창녀가 아닌 세탁부 여성이란 주장도 있다.

어쨌든 이 사건 이후 고갱은 파리로 떠났고 고흐는 홀로 병원 생활을 했다. 병원에서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을 그려 당시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동생 테오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렸다고 한다. 편지보다는 그림이 자신의 상태를 더 잘 보여줄 것이라고 봐서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사진=위키피디아

동생 테오 약혼에 충격 받아 자해? 설 분분

최근에는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가 아끼던 동생 테오 때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고흐는 동생 테오를 무척 사랑했고 그는 고흐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이자 경제적 지원자였다.

그런데 테오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한 고흐가 상실감과 소외감, 불안감 등에 시달리다 괴로움에 자해했다는 게 또 다른 설이다.

'반 고흐 전문가'로 통하는 영국의 마틴 베일리는 고흐와 관련한 기록을 조사한 결과 고흐가 자해한 당일 동생의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편지에서 테오는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여성과 결혼한다고 썼다.

마틴 베일리는 이 소식이 고흐의 파괴적인 행동을 유발했을 것이라고 봤다. 고흐가 자해 약 한 달 뒤에 그린 '양파가 있는 정물'을 보면 편지 봉투에 숫자 67이 적혀있는데 테오가 살던 파리 아파트 근처 우체국 번호라고 한다. 그만큼 동생 테오의 편지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사진=위키피디아

'별이 빛나는 밤' 등 명작 남겼지만 우울한 생애

네덜란드에서 목사 아들로 태어난 고흐는 태어나기도 전에 형이 사망해 장남이 됐다. 그는 자신이 죽은 형을 대신해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생각이 정신 질환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고흐가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 화가로 활동한 건 약 10년에 불과하지만 그는 900여점의 회화 작품을 남겼다. 생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그림이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등이 대표작이다. 강렬한 붓 터치와 색감이 특징이다.

고흐는 1890년 7월29일 서른일곱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쇠약해진 몸과 정신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게 정설이지만 이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밀밭에서 스스로에게 총을 쐈는데 총알이 심장을 비껴가 즉사하지는 않았다. 이틀 뒤 여인숙에 누워 동생 테오 곁에서 숨을 거뒀다고 한다. 테오는 이 일에 충격을 받고 급격히 건강이 악화해 6개월 뒤 서른넷의 나이로 사망했다.

고흐의 죽음과 관련해 사실은 동네 소년들이 쏜 총에 맞았는데 고흐가 이들에게 죗값을 물게 하지 않으려 자살로 가장했다는 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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