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고길동 된 줄 알았는데…벌써 마흔두 살 아기공룡[뉴스속오늘]

양성희 기자
2025.04.22 06:00

1983년 4월22일, '국민 캐릭터' 아기공룡 둘리 탄생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아기공룡 둘리/사진=둘리뮤지엄

국민 캐릭터 아기공룡 '둘리'가 42세 생일을 맞았다. 둘리는 1983년 4월22일 탄생했다. 국민 캐릭터답게 '830422-1'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도 있다. 빙하기 때 얼음 속에 갇혔다가 어느날 갑자기 대한민국 서울로 오게 된 아기공룡이다.

'둘리 아빠' 만화가 김수정이 '보물섬'이란 만화전문 잡지에 연재를 시작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 생일이 됐다. 이후 TV 애니메이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도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아기공룡 둘리 주인공 둘리(가운데)와 고길동(왼쪽), 또치(오른쪽)/사진=둘리뮤지엄

둘리는 누구?…"둘리보다 고길동에 공감한다면 어른이 된 것"

둘리는 1억년 전 빙하기에 태어났다. 이후 외계인에 납치돼 실험대상이 된 대가로 초능력을 얻었다. 그렇게 얼음 속에 갇혀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서울 한강으로 떠내려 와서 서울 도봉구 쌍문동 고길동의 집에서 살게 됐다.

둘리는 녹색의 케라토사우루스로 항상 혀를 내밀고 다니는 귀여운 얼굴이 특징이다. 초능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상 모습에서는 1억년 전 헤어진 엄마를 그리워하는 순수한 아기공룡이다.

둘리는 집 주인 고길동과 쪽쪽이를 한 아기 희동이, 깐따삐야 별에서 온 도우너, 서커스단을 탈출한 또치, 가수 지망생 마이콜 등과 함께 지내며 우리가 한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을 주로 다룬다.

등장인물도 어디서 본 듯한 캐릭터다. '둘리보다 고길동에 공감한다면 어른이 된 것'이라는 말도 있다. 어린시절 둘리에 감정이입해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고길동에 분노했다면 어른이 된 뒤 평범한 가장이자 직장인의 한 사람인 고길동을 보며 연민을 느낀다는 것이다. 고길동은 만년 과장 소시민인데 얼떨결에 둘리와 친구들을 데리고 살게 되면서 이들의 장난에 늘 당하기만 한다.

1983년 연재 당시 만화 둘리/사진=둘리뮤지엄

군사정권 시절 탄생한 둘리 비화…"대체 누가 진짜 둘리냐"

둘리가 탄생한 1983년엔 만화에 대한 우리사회 인식이 좋지 않았다. 아동 정서에 해를 끼치는 문화로 통했다. 더욱이 군사정권 시절 깐깐한 검열의 대상이 됐는데 이 때문에 둘리는 인간 대신 공룡으로 탄생하게 됐다. 연재 내내 분위기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둘리가 어른에 반말하는 것 등도 검열의 대상이 됐다.

시대가 변하면서 둘리는 계속해서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팬들과 만났는데 "대체 누가 진짜 둘리냐"며 혼란스러워하는 시선도 있다. 만화 원작의 둘리는 시대 탓인지 다소 까칠하고 얄밉다.

이후 1987년부터 TV 애니메이션에 나온 둘리가 대부분 팬들의 머릿속에 남은 둘리의 모습이다. 원작보다 좀더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후 2009년 '뉴(new) 둘리'는 원작의 모습에 가까워지면서 당황스러움을 표하는 팬들이 많았다.

"넌 내가 아니라서 얼마나 내 마음이 아픈지 모르지"…어른도 울린 명대사

캐릭터와 만화의 인기만큼 명대사도 팬들의 마음에 진하게 남았다. '어린이를 때리는 어른은 큰 병이 있는 거래요', '넌 내가 아니라서 얼마나 내 마음이 아픈지 모르지' 등이다.

둘리 작품과 별개로 영화 '부당거래' 속 명대사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를 패러디한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도 크게 유행했다. 둘리는 초능력을 쓸 때마다 '호이 호이'라고 외친다.

둘리 노래도 인기를 끌었다. '요리보고 조리봐도 음음~ 알 수 없는 둘리~ 둘리~'. '꼬불꼬불 꼬불꼬불 맛좋은 라면,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좋은 라면', '쏙쏙쏙 방울 빙글빙글 방울 여기저기 내 방울'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문을 연 둘리뮤지엄/사진=둘리뮤지엄

주민등록증 지닌 둘리, 번호 유출 사태도…지금도 함께하는 K-캐릭터

둘리는 국민 캐릭터로 자리잡으면서 주민등록번호와 주소지까지 부여받았다. 둘리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면서 한 어린이가 성인인증을 하려다 실패하는 일도 있었다. 원작상 둘리 거주지는 서울 쌍문동이지만 경기 부천이 만화산업의 중심이 되면서 출생지가 부천으로 결론났다.

둘리는 여러 기록을 남겼는데 2001년엔 국내 최초로 캐릭터 뮤지컬 공연을 했다. 1996년 개봉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은 그해 한국영화 중 네 번째로 흥행한 영화로 기록됐다.

둘리는 연간 로열티 20억원 규모로 캐릭터 산업에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또한 둘리뮤지엄도 2015년 도봉구 쌍문동에 문을 열었다. 둘리뮤지엄 주변으로는 캐릭터 조형물, 캐릭터 벽화 등으로 꾸며진 둘리 테마거리가 조성돼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