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30일 토요일. MBC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초대형 방송사고가 터졌다. 생방송 중 무대에 오른 인디 밴드 멤버 2명이 느닷없이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했다. 이들 기행은 인디밴드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줬고 대중음악 역사를 10년 이상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디 밴드 붐이 한창이던 2005년 MBC 등 지상파 3사는 제2의 크라잉넛 발굴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특히 MBC는 자사 음악방송에 '이 노래 좋은가요(歌謠)'라는 코너를 만들고 4주에 한 번씩 인디 가수를 초대해 무대를 마련해줬다.
가수 이승열과 캐스커로 화려하게 포문을 연 '이 노래 좋은가요'는 세 번째 초대 가수로 럭스를 불렀다. 4인조 펑크 록 밴드 럭스는 2004년 발표한 첫 정규앨범 '우린 어디로 가는가'가 흥행하면서 당시 노브레인, 크라잉넛 등과 함께 한국 대중음악을 책임질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었다.
첫 방송을 앞두고 럭스는 무대가 허전해 보일 것을 우려해 카우치, 스파이키 브랫츠 등 친한 인디 밴드와 함께 무대를 꾸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같이 무대에 오른 카우치 신모씨와 스파이키 브랫츠 오모씨가 갑자기 무대 앞으로 나오더니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한 채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이들의 돌발행동은 고스란히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카메라맨이 빠르게 관객석으로 앵글을 돌렸지만, 이미 상황이 끝난 뒤였다.
카메라에 잡힌 방청석 분위기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모두 얼어버린 듯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누군가의 스캔들을 덮는 대가로 돈을 받고 이 같은 짓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왔다.
사고를 낸 신씨와 오씨는 바로 경찰에 연행돼 조사받았지만 음주를 하거나 약물을 복용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에 "음악(펑크록)을 알리고, 재밌게 놀아보자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방송 사흘 전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대 주인공이었던 럭스는 이 같은 계획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신씨와 오씨는 공연음란죄와 업무방해죄로 구속기소 됐지만 △ 젊은 나이 혈기와 △ 업무 방해 고의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 △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각각 징역 10개월과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불후의 명곡', '뮤직뱅크' 등을 제작한 권재영 전 KBS PD는 지난해 5월 유튜브에서 이 방송 사고에 대해 "맨정신에서 저지른 일이란 게 더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고 파문은 상당했다. MBC는 방송 사고에 대해 사과한 데 이어 사고 당일 '음악캠프'를 종영시켰다. 방송이 폐지되면서 담당 PD와 스태프 등 여럿이 당장 일거리를 잃었다.
방송 3사 생방송 시스템도 달라졌다. 동시 방송이 아닌, 실제보다 5~10초, 많게는 5분가량 늦게 송출되는 '딜레이' 방송이 생겼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인디 음악계였다. 사회적으로 인디 가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2009년까지 4년 동안 인디 가수의 지상파 출연이 금지됐다. 이는 국내 대중음악계 전체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후퇴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가수 고(故) 신해철은 사고 당일 라디오 방송에서 이 사건을 두고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10년쯤 뒤로 후퇴시킨 쓰레기들", "동료들과 인디 음악 팬들 등에 칼을 꽂은 놈들"이라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럭스 리더 원종희씨는 사고 19년 만인 지난해 유튜브를 통해 사과했다. 그는 "당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앞으로도 평생 제 잘못에 대해 계속해서 뉘우치며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당시 사고 이후에도 수년 동안 제 나름대로 여러 크고 작은 자리에서 지속해서 사과를 해왔지만 이렇게 제 유튜브 영상을 통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