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싹" 중국인만 바글? 아랍·러시아서도 온다...'성형 성지' 강남

김미루 기자, 김지현 기자
2025.12.17 17:43
17일 오후 압구정역 인근 건물 외관. 총 7층으로 구성된 건물에 5개의 성형외과·피부과가 들어섰다. 그중 한 성형외과는 창문에 진료과목을 중국어로 써뒀다. /사진=김지현 기자.

"최근 한 달만 보면 전체 환자 3명 중 1명이 외국인이에요."(서울 압구정동 성형외과 직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신사동 일대 피부과, 성형외과에서는 영어·일본어·중국어·태국어 등 다국어 상담과 외국인 대상 면세 안내가 낯설지 않다. 병원 홍보부터 상담, 결제까지 외국인 손님을 전제로 한 시스템이 일상화되면서 강남 의료 상권이 'K뷰티 성지'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17일 오전 압구정역 인근 고층 건물 성형외과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직원 이모씨는 "최근 한 달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 손님 3명 중 1명이 외국인 손님"이라며 "국적도 중국, 일본은 당연하고 국가를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서 통역도 영어, 베트남어, 중국어, 러시아어를 커버할 만큼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 미의 기준에 따라 수술·시술을 받으러 '의료 관광'을 온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인기 있는 한국 연예인 사진을 들고 와 "참고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이씨는 "한국 스타일로 성형과 시술을 받으러 오기 때문에 병원이 추천해주는 대로 하는 편"이라며 "쌍꺼풀, 코, 윤곽 수술까지 온 김에 한 번에 크게 수술하고 간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압구정역 인근 대형 성형외과 입구에 가판대가 설치된 모습. 이달 방문한 환자 3명 중 1명이 외국인이라고 했다. /사진=김지현 기자.

압구정역 인근 또 다른 성형외과에서 근무 중인 한 의사 A씨는 진료 현장에서도 외국인 국적이 다양해진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A씨는 "중국, 태국 환자도 많고 아랍이나 러시아에서도 온다. 큰 병원은 국적도 훨씬 다양할 것"이라며 "병원 코디를 채용할 때 외국어로 소통해야 하니까 일부러 영어 소통이 되는 분들을 뽑는다. 외국 환자들은 불안해하는 면도 있어서 병원에서 기존에 받았던 환자들 수술 전후 사진을 참고용으로 많이 보여준다"고 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병원 마케팅도 활황이다. '한국 성형 수술 클리닉'을 구글이나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에서 검색하면 외국어로 번역된 강남권 병원 수십 곳 홈페이지가 나타난다. 실제로 국내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상대로 해외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나타났다.

성형외과 직원 B씨는 "에이전시를 써서 손님을 데려오기도 한다"며 "올해까지만 적용되는 택스리펀(Tax-Refund) 홍보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6년 4월부터 '외국인 관광객 미용성형 의료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를 통해 올해까지 미용·성형 진료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을 실시하고 있다.

다국적 관광객들 "오늘 상담·내일 수술, 온 김에 화장품도 살래요"
17일 오전 캄보디아에서 온 테비씨(18)가 올리브영에서 클렌징 제품을 고른 모습. 그는 압구정역 인근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 상담을 받은 뒤 근처 올리브영을 찾았다. /사진=김지현 기자.

실제로 의료관광에 나선 외국인을 강남 일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캄보디아 국적 테비씨(18)는 이날 한국에 도착해 성형외과에서 상담받았다고 했다. 테비씨는 "오늘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상담받고 내일 수술한다"며 "한국이 성형 수술로 유명하기 때문에 내 친구 2명은 이미 한국에서 코 수술을 받았고 3명은 쌍꺼풀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쓴 채 피부과에서 대기 중이던 중국 국적 페기씨(40)는 "시술을 받기 위해 친구랑 한국에 왔다. 한국인 친구가 추천해준 피부과를 찾아왔다"며 "한국에는 중국에 없는 시술이 있고 가격도 중국보다 싸다"고 말했다.

의료 소비는 약국이나 화장품 수요로도 이어진다.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50대 약사 유모씨는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여드름 흔적 연고를 매대 가장 앞쪽에 진열했다. 유씨는 "외국인은 하루 많을 때 20명 정도 오는데 중국이나 일본인은 여전히 많고 동남아, 아랍, 북미 국가 손님도 가끔 온다"며 "여드름 흔적 연고나 의약용 화장품을 많이 찾고, 수술받고 조제약을 받으러 오는 분도 많다"고 했다.

인근 올리브영 매장에서도 외국인 방문객은 흔한 풍경이다. 캐리어를 끌고 매대를 둘러보던 일본인 C씨(32)는 "오늘 근처 성형외과에서 상담하고 내일 입꼬리 필러랑 코를 높이는 필러를 맞을 예정"이라며 "올리브영은 일본에서도 유명해서 온 김에 선물로 팩을 사려고 둘러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성형외과는 일본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더 예쁘게 잘해줘서 소셜미디어에서 보고 친구한테도 추천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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