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위법수집증거 제시받고 한 피고인 법정진술 역시 증거능력없다"

송민경 기자
2025.12.25 09: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사잔=뉴스1

위법수집증거에서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하는 경우 위법수집증거를 제시받고 한 피고인의 법정 진술 역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와 마찬가지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뇌물수수, 뇌물공여,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피고인들에게 일부 유죄, 일부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피고인 장모씨는 환경컨설팅업을 하는 A사 기술이사, 피고인 이모씨는 B사 부사장, 김모씨는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직원, 이모씨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수석연구원이다.

환경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은 2019년 11월 장씨 등이 C사 대기측정의뢰업체에 대한 분석 결과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장씨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 휴대전화에서 장씨가 이씨와 김씨 등에게 뇌물수수 행위를 한 증거를 포착했다. 이후 2021년 4월 이를 기초로 울산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기초 수사를 진행한 뒤 2021년 6월 2차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혐의를 수사하기 위한 증거물을 확보했다.

피고인들은 1심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했으나, 2심에서는 이같은 법정 진술이 위법수집증거에 기초한 2차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원심 법원은 전자정보 등 1차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인정했다. 또 이를 직접 인용하거나 제시하며 확인된 진술 등은 1차 증거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돼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다만 원심 법원은 피고인들의 법정진술 중 일부는 위법수집증거와의 인과관계가 희석돼 증거능력이 일부 인정된다고 봤다. 이에 피고인들 혐의가 일부 인정됐다.

전자정보를 직접 인용하거나 제시해 그 존재와 내용을 전제로 한 신문에 답변한 부분은 직접적 인과관계가 인정돼 증거능력이 없지만, 나머지 부분은 위법수집증거와 인과관계가 단절됐거나 희석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부분도 증거 능력이 없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1차 증거가 수사개시의 단서가 됐거나 핵심증거일 경우 수사기관에서 피고인들이 이같은 1차 증거를 전제로 신문받은 바 있다면 재판에서의 증언(2차 증거)도 1차 증거를 제시받고 진행한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직접 법정에서 1차 증거를 제시받지 않고 한 진술도 위법수집증거와 인과관계가 희석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법정진술이 다른 독립된 증거에서 기인하는 등 1차 증거와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평가된다면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을 인정할 수 있으나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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