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우리 집에도' 있도다[40육휴]

최우영 기자
2026.01.31 08:00

[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49주차 > 들쭉날쭉한 아이의 취침·기상 시간

[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아침마다 목 놓아 아빠를 불러대는 딸. 모닝콜이 따로 필요 없다. /사진=최우영 기자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교회 칸타타 중 가장 널리 사랑받은 작품 중 하나는 140번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일 것이다. 신랑(예수)이 오는 것을 보며 신부(영혼)가 느끼는 벅찬 희망과 기쁨이 아름다운 선율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곡은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도입부 가사인 "깨어나라(Wachet auf)"는 '정신 차려라' 또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래서 이 노래를 모닝콜이나 알람 소리로 설정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아이 키우는 집에서는 굳이 모닝콜 때문에 바흐까지 찾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바흐의 칸타타보다 더 선명하고 장엄하게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가 집안에 언제나 있기 때문이다.

동트기 전부터 애타게 부르짖는 "아빠!"
낮에도 밤에도 아빠부터 찾는 딸. 집에 들어왔을 때 아빠가 안 보이면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아빠 방부터 수색에 들어간다. /사진=최우영 기자

한때는 아이의 수면 주기를 적당하게 맞춰놨다고 자만했다. 오후 8시 전후로 잠든 아이가 오전 8시 전후로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고 느꼈다. 착각이었다. 아이 컨디션에 따라 취침과 기상 시간은 매번 바뀌었다. 어린이집에서의 낮잠시간에 따라서도 밤에 잠드는 시간이 흔들렸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수면과 기상 시간이 더 심하게 요동을 친다. 장염과 변비가 연달아 찾아온 요즘이 특히 그랬다. 가뜩이나 늦춰진 겨울철 일출 시각 탓에 오전 7시에도 창밖은 캄캄하다. 어둠을 뚫고 "아빠!"를 외치는 소리가 날카롭게 들린다. 잠결에 정신을 차려보면 10~15초 간격으로 계속 부르는 걸 알 수 있다. 자기 전에 못 본 변을 밤새 눴기에 기저귀가 가득 찼다. 배꼽 밑까지 차오른 용변이 못내 찝찝해 빨리 치워달라고 아빠를 찾는 것이다.

가끔은 환청이 들린다. 분명히 "아빠!"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홈캠 화면을 급하게 켜보면 아이는 곤히 자고 있다. 보통 오전 6시~6시30분에 환청이 많이 들린다. 이때부터는 다시 잠들기가 굉장히 힘들다. 눈을 감고 누워있어도 신경은 어느새 휴대폰의 홈캠 화면에 가 있다.

간혹 아이가 일어난 뒤 혼자 발가락을 빨거나 인형을 붙잡고 놀 때도 마찬가지다. 언제 아빠를 부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주방에서 미리 아이 아침밥을 준비하고 어린이집 가방을 챙기고 알림장에 투약의뢰서를 업로드하며 딸의 호출 소리를 기다린다.

몸도 정신도 자란 딸…호출에 즉각 반응할 수밖에
딸이 13개월 되던 때. 아침 호출에 즉각 반응하지 않자 안전 펜스를 스스로 넘어가다 바닥에 추락해 대성통곡하기 직전. 이후로는 아이가 부르면 무조건 출동할 준비를 갖춘다. /사진=최우영 기자

아이가 돌을 넘기기 전까지는 아빠를 부르지 않았다. 자다가 불편함을 느끼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그저 우렁차게 울었다. 그즈음에는 유튜브 열심히 하는 소아과 의사들의 "아이가 울 때 곧바로 달려가지 말라"는 조언에 충실했다. 홈캠을 켜고 아이를 관찰하면서 다시 잠들 수 있는지 정말 아픈 건 아닌지 파악하기만 했다.

이제 아이의 머리가 크면서 의사 표현이 뚜렷해졌다. 아직 말할 수 있는 단어는 '아빠' '엄마' '이거' '응' '치즈' 뿐이지만 자기 의지를 확실히 담아서 몸으로 표현한다. 아침에 울지도 않고 "아빠"를 외쳐대는 건 말 그대로 아빠보고 빨리 오라는 신호다. 도저히 관찰만 하며 버티거나 무시할 수가 없다.

과거와 달리 신체 능력이 향상된 영향도 있다. 돌이 넘어간 직후 아침에 아빠가 찾아오지 않자 울지도 않고 침대의 안전 펜스를 넘어가 그대로 방바닥에 추락한 적이 있다. 당시 홈캠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면서도 현실감이 없었다. 그 이후에는 아이가 "아빠!"를 외치며 펜스 걸쇠를 잡고 흔들기만 해도 "곧 넘어가겠구나" 싶어서 신속하게 아이 방으로 찾아가게 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안아달라고 보채는 딸. 다른 또래 부모들에 따르면 이런 시기도 얼마 안 남았다고 한다. 비록 허리가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안아달라고 할 때 최대한 많이 안아줘야겠다. /사진=최우영 기자

아이 키우는 집마다 아침 풍경을 물어보면 다양한 증언이 나온다. 한 초등학생 부모는 "아침에 일어나서 조용하길래 슬쩍 봤더니 혼자서 이불 뒤집어쓰고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며 개탄스러워 했다. 또 다른 부모는 "잠결에 느낌이 이상해 슬쩍 봤더니 아이가 내 손가락을 조용히 들어서 지문 잠금을 풀고 휴대폰을 가져가 게임을 하더라"며 웃었다.

일어나자마자 아빠부터 찾는 우리 집 딸은 아직 아빠가 순수하게 필요한 단계일 것이다. 아빠를 괴롭히려고 부르는 게 아니라 눈 뜨자마자 확인하고 싶은 소중한 존재로 '아빠'를 꼽은 게 아닐까. 이른 아침마다 큰 소리로 외치는 "아빠!" 소리를 "나 지금 아빠가 필요해요"라는 순수한 고백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좀 더 큰 아이를 키우는 다른 부모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는 "그것도 다 한때"라는 것이다. 아이가 깨자마자 아빠를 찾는 시기는 생각보다 금방 끝날 수도 있다. 특히 육아휴직을 내고 항상 옆에 붙어 있는 지금이야 엄마보다 아빠를 먼저 찾지만 이른 시각에 출근을 하고 늦게 퇴근하게 되면 더 이상 아빠를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춘기가 되면 오히려 아침에 제발 일어나라고 닦달하러 부모가 먼저 아이 방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그때가 되면 지금의 피곤함을 "힘들었지만 귀여웠다"고 추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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