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고 재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학계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논의가 돼 왔던 거기도 하고요. 도입을 해야 한다는 쪽이든, 절대 안 된다는 쪽이든 다 논리가 있어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곧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한 법조계 원로의 답이다. 딱 잘라 어느 쪽 의견이 옳다고 지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재판소원은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뜻한다. 법원 재판은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현행 헌법재판소법 조항을 바꾸자는 것이 여권의 주장이다. 목적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 및 확대 등이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대법원에서 받은 최종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헌법재판소에 해당 판결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법원 판결은 취소되고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
찬성하는 쪽은 한 번 더 억울함을 풀 기회가 생기는 것이니 좋다고 한다. 오히려 현행 제도가 이상한 것이라는 학계 의견도 있다. 우리 헌법재판제도가 독일 모델을 따온 것인데 독일은 재판소원이 허용된다는 논리다.
반대하는 쪽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정이 충돌하면 사회적 혼란이 극심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현재 우리 헌법재판소가 몰려드는 재판소원을 모두 다룰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한다.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법조계 원로 말대로 선뜻 어느 쪽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사법 지형이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 말대로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도록 생산적 논의가 안 보인다. 도입을 피할 수 없다면 당연히 국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세부사항을 손보는 등 제도를 치밀하게 설계해야 할 일이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각각 최근 기자들에게 꽤 긴 분량의 참고자료를 보내 재판소원 찬반 논리를 적극 설명했다. 이런 상세한 자료는 처음 봤다. 혹시 어떻게 하면 법 해석 기관의 최고 자리를 차지할 지에 대해서만 골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