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제도와 법왜곡죄가 시행된 지 1개월이 지났다. 법조계 일각에선 무리한 입법이었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아직 가시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로 두 제도 모두 선언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12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재판소원이 시행된 이후 전날까지 약 1개월간 헌재에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은 384건이다. 이 중 사전심사를 통과한 사건은 없다. 헌재는 지난 7일까지 3차례 사전심사를 통해 194건의 재판소원 사건을 각하했다.
법조계 안팎에서 이에 대해 "기본권 침해를 구제하겠다며 도입된 제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큰 실익 없이 사법체계에 혼란을 가져오기만 했다는 지적이다. 헌재의 부담만 늘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무더기 각하가 당연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결과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헌재가 사안들을 신중히 다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재판소원은 결과와 무관하게 그런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했다.
헌재는 밀려드는 재판소원 사건에 원활히 대처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열을 올린다. 최근 검찰과 협의해 사건 심리에 필요한 형사기록을 전자 인증등본 형태로 주고받기로 했다. 헌법연구관 20여명을 추가 채용하는 절차도 밟는다.
법왜곡죄 역시 아직 처벌까지 이어진 구체적 사례는 없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이후 접수된 법왜곡죄 고소·고발사건은 수십 건에 이른다. 대검찰청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접수된 사건도 적지 않다.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시행 첫날 고발됐다.
이와 관련한 수사가 본격화하지는 않아 불필요한 입법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나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고소·고발을 하게 되면 수사나 재판이 위축되고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결과를 낳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실제로 법왜곡죄와 관련한 수사가 기소와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법왜곡죄가 법조인들로 하여금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수사나 재판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고의 의미 정도로는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법왜곡죄 시행으로 법관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법원행정처는 최근 '형사재판 보호·지원TF(태스크포스)'를 꾸렸다. 당시 기우종 행정처 차장은 "법왜곡죄로 재판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적 조치들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