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제2의 김창민은 막아야 한다 (下)

고(故) 김창민 감독 사건을 둘러싸고 수사기관의 부실한 초동 수사와 미온적인 판단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초기 대응과 신병 확보 실패가 수사 지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지휘부가 책임있는 자세로 사건을 봤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감독 사건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문제는 사건 초기 대응이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 일행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고 인적사항만 확인한 뒤 귀가 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CCTV에는 최소 6명이 폭행에 가담한 정황이 담겼지만 초기 수사에는 1명만 중상해 혐의로 입건하면서 부실 대응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수사도 순탄치 않았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주요 피의자로 판단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공범으로 지목된 B씨를 추가해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했지만 검찰의 3차례 반려가 있었고, 보완 수사 이후 청구된 다음에도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 반려와 기각이 반복되면서 이들이 불구속 송치되기까지 4개월이 흘렀다. 피해 가족들이 보복을 두려워하는 동안 가해자 중 한명은 '범인'이라는 활동명으로 '양아치'라는 제목의 음원을 발매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 "초동 수사 미흡…영장 기각으로 이어졌을 수도"

전문가들은 미온적인 초동 수사가 영장 기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형사법 전문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가해자가 여러 명이었던 만큼 2차 가해 우려도 있었던 상황"이라며 "일부 공범에 대해서만 영장이 신청되면서 사실 관계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점이 기각 판단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윤 법무법인 율샘 대표변호사도 "집단 폭행이었다는 점이 초기 수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서 범죄 중대성이 축소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불구속 상태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장기화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김상원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거주지가 명확하더라도 생명을 잃을 정도의 폭력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법원이 영장 발부 기준 중 하나인 범죄의 중대성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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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수사관뿐 아니라 경찰청장이나 일선서장 등 지휘부의 책임있는 관리·감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수사 의지와 지휘부의 관심이 충분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여론이 나온다.
특히 앞으로 경찰의 수사권한이 커지는 만큼 걸맞은 책임 의식과 대응 역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건 초기 대응부터 강제수사 여부 판단, 신병 처리에 이르기까지 수사 전 과정에서 경찰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한 만큼 책임감있는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초기 가해자를 1명만 특정하는 등 초동 수사가 미흡했던 점은 분명하다"며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로 경찰의 책임이 커지는 만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수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경기북부경찰청은 초동 수사를 맡은 구리경찰서 관계자들을 상대로 감찰을 진행 중이다. 검찰도 사건을 넘겨받아 전담팀을 구성하고 보완 수사에 착수했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은 지난 9일 김 감독 사망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기 구리경찰서 교문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창민 감독 사망 사건은 단순한 폭력 사건을 넘어 발달장애인 돌봄 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만 남겨지면서 가장이 사망할 경우 돌봄이 단절될 수 있는 현실적 문제점이 거론된다. 느리게 성장하는 발달장애인을 보듬어줄 수 있는 사회가 선진사회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적·자폐성 장애를 포함하는 발달장애인은 2023년 기준 26만7206명으로 집계됐다.
적지 않은 발달장애인의 돌봄은 여전히 '가족 책임'이다.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가정은 돌봄과 생계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실제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는 주 제공자는 △배우자(37.8%) △부모(21.2%) △자녀(18.5%) 등 가족이 82.1%를 차지한다.
특히 발달장애인은 가족 의존도가 더 높다. 지적장애인의 경우 부모의 도움 비율이 74.1%, 자폐성 장애인은 90.4%에 달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보호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거나 돌봄을 중단할 경우 남겨진 가족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부도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2023년 4월부터 '발달장애인 긴급 돌봄 서비스' 시범사업을 시행했고 지난해 본사업으로 전환했다. 이 서비스는 보호자가 긴급 상황에 처했을 때 지정된 시설에 최대 7일까지 돌봄을 신청할 수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원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해당 서비스는 만 6세 이상 65세 미만 등록 발달장애인만 해당된다. 또 △보호자의 입원·치료 △심리적 소진 △재난 등 긴급 상황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이용 기간이 최대 7일로 제한된 점이나 시설이 전국에 34곳에 그친다는 점에서 수요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발달장애인 수를 고려하면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며 "긴급 돌봄은 수요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 서비스 확대를 넘어 교육 이후 자립까지 포함한 전인적 국가 돌봄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주요국처럼 지원 수준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호주는 2016년 전국민이 참여하는 조세 기반 국민 장애인보험 제도(NDIS)를 도입했다. 2022년 기준 약 53만5000명을 지원하며 연간 286억 호주달러(약 26조원)를 투입하고 있다. 1인당 5000만원 가량 지원하는 셈이다.
미국은 주 정부 차원에서 발달장애 치료와 가족 지원을 폭넓게 보장한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연령과 이용 기간 제한없이 1인당 연간 최대 5만6000달러 규모의 재활치료와 의료, 가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국내의 발달 재활서비스 지원 한도는 2009년 도입 당시 월 22만원에서 2023년 30만원으로 소폭 오른 수준이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과제로 꼽힌다. 복지부에 따르면 장애인의 입학·전학 과정에서의 차별 경험은 △초등학교 34.3% △어린이집·유치원 32.4% △중학교 31.6%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학교 밖 상황도 다르지 않다. 보험 계약(31.7%)이나 취업 과정(28.3%), 직장 내 임금 차별(14.5%) 등 일상 전반에서 차별 경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활동 진입 자체도 쉽지 않다. 15세 이상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8.8%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지원을 확대해 가족에 의존하는 돌봄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발달장애 돌봄을 가족에 맡기는 구조에서 벗어나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고 관련 인력과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병행되는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달장애 아동들이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장소가 학교"라며 "학교에서부터 경험있는 교사를 섭외하는 등 통합돌봄 형식으로 인식 개선을 출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