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물 내려 앉아도 사람 드나들어...'서소문 사고' 안전관리 도마

이현수 기자
2026.05.27 16:31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사고현장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침하가 발생한 이후에도 현장 관계자들이 직접 구조물 위로 진입한 점 등을 두고 안전 관리 부실 문제가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노후 기반시설 해체 공사 과정에서 보다 엄격한 출입 통제와 원격 점검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7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33분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숨졌다. 서울시 공무원 2명과 서대문구청 직원 1명도 다쳤다.

사고는 안전 점검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고 당일 오전 2시30분쯤 침하 현상이 확인돼 공사가 중단됐지만, 약 12시간 뒤인 오후 2시쯤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등 관계자 9명이 안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구조물 위로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다.

침하가 발생한 구조물에 다수 인원이 직접 진입한 점 등을 두고 현장 전반에 안전불감증이 깔려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붕괴 위험이 확인된 상황에서는 출입 통제와 원격 점검이 우선 이뤄졌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침하가 발생했다면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현장 진입을 제한해야 한다"며 "드론 등을 활용한 원격 점검을 우선 진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9명이 함께 안전진단을 했다면 500㎏ 수준의 하중이 더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침하 발생 땐 출입 통제 우선…원격 점검 우선됐어야"
서울시와 경찰 등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구조물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동계측기나 붕괴 방지용 보강 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재열 단국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는 "자동계측기가 있었다면 위험 신호를 사전에 감지하고 현장 진입을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비바람 등 날씨 영향으로 구조물 변형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철거 공사 막바지에는 지지대 설치 등 보강 안전 점검이 중요한데, 조치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고 당시 붕괴 방지를 위한 별도 지지대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노후 구조물 해체 과정에서의 안전사고는 반복되는 문제다. 지난해 11월에는 울산 남구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 타워 해체 작업 중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작업자 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해체 공사 안전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 명예교수는 "국회와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노후 기반시설 해체 공사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안전 규정을 마련하고 현장에서 실제로 지켜지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고가 발생한 서소문 고가차도는 1966년 준공된 폭 15m 규모의 왕복 4차선 노후 도로다. 최근 수년간 교각 콘크리트 탈락과 바닥판 붕괴 등 노후화 문제가 이어졌다.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아 지난해 9월부터 철거 작업이 진행돼왔다. 사고 당시 공정률은 약 89%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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