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현장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안전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노후 기반시설 정비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공사 과정에서 출입 통제와 기본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전날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와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원청·하청업체 본사 및 현장사무실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할 방침이다.
지난 26일 오후 2시33분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숨지고 서울시 공무원 2명과 서대문구청 직원 1명이 다쳤다.
서소문 고가차도는 1966년 준공된 노후 도로로,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아 지난해 9월부터 철거 작업이 진행돼왔다. 사고 당일 오전 현장에서는 침하 현상이 확인돼 공사가 중단됐다. 그러나 약 12시간 뒤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등 관계자들이 안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구조물 위로 올라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붕괴 위험이 확인된 구조물에는 직접 진입보다 출입 통제와 원격 점검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침하가 발생했다면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현장 진입을 제한해야 한다"며 "드론 등을 활용한 원격 점검을 우선 진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자동계측기나 붕괴 방지용 보강 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재열 단국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는 "자동계측기가 있었다면 위험 신호를 사전에 감지하고 현장 진입을 막았을 것"이라며 "철거 공사 막바지에는 지지대 설치 등 보강 안전 점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굴착 현장에서도 사고가 이어졌다. 지난 27일 낮 12시20분쯤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인근 아파트 노후 하수관 정비 공사 현장에서 60대 작업자 1명이 매몰돼 숨졌다. 경찰은 현장소장으로부터 "토사 붕괴를 막기 위한 흙막이 공사를 생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하수관 정비는 땅을 파고 관로를 교체·보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토사 붕괴 위험이 크다. 최근 하수관 공사 현장에서는 매몰 사고가 반복됐다. 지난해 4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하수관로 공사 현장에서는 60대 작업자가 매몰돼 숨졌고, 2024년에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노후 하수관 교체 공사 현장에서도 50대 작업자 1명이 숨졌다.
문제는 노후 인프라 정비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내 하수관로 총연장 1만866㎞ 중 30년 이상 된 하수관로는 6029㎞로, 전체의 55.5%를 차지한다.
조 교수는 "현장에서는 안전장치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데 비용과 시간 문제로 이런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노후 시설이 늘며 관련 공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리·감독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