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출근 중이던 30대 초등학교 교사가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습격당했다. 가해자는 성폭행을 목적으로 수개월 전부터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장소를 답사하며 범행을 계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무차별 폭행과 목 졸림으로 의식을 잃은 뒤 이틀 만에 숨졌다. 대낮 공원에서 벌어진 무차별 범행, 이른바 '신림동 공원 강간살인 사건'이다.
사건 당일 오전 9시55분쯤 최윤종은 서울 금천구 독산동 자택을 나섰다. 그는 약 1시간을 걸어 오전 11시쯤 범행 장소인 공원 인근에 도착한 뒤 30분 넘게 주변을 배회했다. 그러다 오전 11시40분쯤 둘레길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지나던 30대 여성 A씨를 발견하고 뒤따라가 덮쳤다.
미리 준비한 너클을 낀 최윤종은 A씨를 마구 폭행하며 성폭행을 시도했다. A씨가 "살려달라"고 외치며 강하게 저항하자 최윤종은 "너 돌머리다. 왜 안 쓰러져?"라고 말하며 폭행을 이어갔다. 이후 A씨가 저항할 수 없게 되자 목을 수분간 압박했다.
A씨의 비명을 들은 등산객이 경찰에 신고했고 최윤종은 낮 12시10분쯤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는 출동한 경찰에게 "나뭇가지가 떨어져 여성이 넘어졌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던 경찰관에게 "목이 마르니 물을 달라"고 요구하거나 "너무 빨리 잡혔다"고 혼잣말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이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이미 맥박과 호흡,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건 이틀 뒤인 8월19일 숨졌다.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에 따른 저산소성 뇌 손상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A씨는 방학 중 연수를 위해 출근하던 길에 변을 당했다. A씨는 이듬해 2월 순직을 인정받았다.
수사 결과 범행은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최윤종은 성폭행을 목적으로 수개월 전부터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사용할 너클을 온라인에서 구입하고 등산로 일대를 여러 차례 찾아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를 물색했다.
휴대전화에서는 '너클', '성폭행', '살인', '살인예고' 등과 관련된 기사를 찾아본 흔적도 발견됐다. 범행 이틀 전에는 '용기 있는 자가 미녀를 차지한다', '인간은 기회를 잡아야 해' 등의 문구를 메모했다.
특히 최윤종은 검찰 조사에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보도를 보고 범행 방법을 떠올렸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를 먼저 기절시킨 뒤 CCTV가 없는 곳에서 성폭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최윤종에게는 과거 군 복무 중 총기와 실탄을 소지한 채 훈련장을 이탈했던 전력도 있었다. 2015년 2월 강원 영월군에서 혹한기 훈련을 받던 중 화장실에 간다며 무단이탈했다가 붙잡혔다.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다.
당시 영월경찰서에 붙잡혀온 최윤종은 "군대 체질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최윤종의 태도는 논란이 됐다. 법정에서 한숨을 쉬거나 머리 뒤로 손을 올린 채 진술하는 모습을 보였고,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
피해자의 오빠는 재판 과정에서 최윤종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렸다고 호소했다. 그는 "판사가 유족에게 할 말이 없냐고 물었더니 '죄송하다'가 아니라 자신은 잘못이 없고 제 동생이 반항을 많이 해서 일이 커졌다고 말했다"며 "자기는 그냥 성폭행 한 번 하고 기절시킬 생각이었는데 반항을 심하게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토로했다.
검찰은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됐고 최윤종이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는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2024년 1월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잔혹성과 계획성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사형은 극히 예외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형벌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최윤종은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까지 모두 21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그 내용도 논란이 됐다. 반성문에는 "제가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애초에 너클을 사지 말았어야 했는데" 등 내용이 담겼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최소한의 죄책감이 있는지 의문을 잠재울 수 없다"고 질타했다. 2024년 6월 항소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최윤종은 항소심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같은 해 8월29일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