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의 반대로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출전이 불발된 NC 다이노스 구창모(29)의 사례처럼 메이저리그(MLB) 적응을 이유로 국가대표의 부름에 응하지 않은 이마이 타츠야(28·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제구 난조로 고개를 숙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경기 직후 변명에 가까운 설명을 내놨다는 것이다. 마운드 적응과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 탓을 했다.
이마이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2026 MLB 정규시즌' 시애틀 매리너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⅓이닝 1피안타 4볼넷 1몸에 맞는공 3실점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기고 강판됐다.
이날 이마이가 던진 37구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17개에 불과했다. 1회부터 무사 만루로 위기를 자초한 이마이는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까지 던지며 자멸했다. 1사 만루에서 휴스턴 벤치는 이마이를 빠르게 교체했다. 결국 휴스턴은 6-9로 졌다.
경기를 마친 뒤 이마이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제구 난조의 원인으로 환경 탓을 돌렸다. 미국 디 애슬레틱을 비롯한 복수 매체들에 따르면 이마이는 "T-모바일 파크의 마운드가 너무 딱딱해 적응하기 힘들었다"며 "약 18도의 기온에 바람까지 이렇게 부는 날씨는 일본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또 스프링캠프 때부터 어려움을 겪은 메이저리그 공인구의 미끄러움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이마이는 "사실 일본에서는 6개 구장만 돌면 되지만, 미국은 30개 구장의 마운드에 모두 적응해야 한다.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일본프로야구(NPB)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에이스를 담당했던 일본 국가대표 출신 우완 투수 이마이는 이번 지난 1월 휴스턴과 3년 5400만달러(약 802억 원)를 보장받는 계약을 맺으며 야심 차게 빅리그에 도전했다. 일본 시절 16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뿌리며 기대를 모았고, '타도 다저스'를 외치며 옵트아웃 조항까지 포함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특히 이마이는 지난 1월 입단식 자리에서 WBC에 나서는 일본 대표팀 합류를 고사한 바 있다. 이마이에 대한 일본 내 여론도 좋지는 않았다. 지난 3월 소속팀 NC 다이노스의 반대로 나서지 못한 구창모와 비슷하다.
WBC까지 나서지 않고 메이저리그 적응에 매진했지만 이마이의 정규시즌 성적은 처참하다. 현재까지 3경기 8⅔이닝 동안 11개의 볼넷을 허용했으며, 평균자책점(ERA)은 무려 7.27까지 치솟았다. 전체 투구 중 스트라이크 비율은 54.4%로 메이저리그 평균(62.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마이는 직전 두 시즌 동안(337이닝) NPB에서 9이닝당 평균 볼넷 3개만을 허용했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접 이마이 공을 받은 휴스턴 포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는 "투구 메커니즘 상으로는 똑같아 보였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존과 너무 동떨어진 코스로 들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마이는 "팀 투수들의 부상이 많은데 내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그 부분이 가장 슬프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휴스턴은 헌터 브라운과 크리스티안 하비에르 등 주축 선발진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다. '에이스급' 활약을 기대하며 거액을 투자한 이마이가 환경 탓을 하기엔 팀의 사정이 너무나 절박하다. '변명'이 아닌 '실력'으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를 향한 시선은 더욱 차가워질 것으로 보인다. 디 애슬레틱은 "이마이를 교정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이 휴스턴에게는 그야말로 재앙"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