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한 층이 욕설로 가득할 정도로..." 통한의 역전패로 침울했던 순간, '캡틴' 정희재 리더십 빛났다 [부산 현장]

부산=박건도 기자
2026.05.11 06:01
고양 소노의 정희재는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음에도 투혼을 불태우며 팀의 첫 승을 이끌었다. 그는 3차전 역전패 후 침울했던 팀 분위기를 다잡는 데 리더십을 발휘했으며,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에 감사를 표했다. 정희재는 KCC와의 경기에서 팀 스포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리버스 스윕의 확률보다는 간절함으로 역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정희재. /사진=KBL 제공

벼랑 끝에 몰렸던 고양 소노의 '미라클 런'은 멈추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음에도 코트 위에서 투혼을 불태운 14년 차 베테랑 정희재가 있었다.

소노는 10일 오후 4시 30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LG전자 2025~202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부산KCC를 81-80으로 꺾고 시리즈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정희재는 13분 12초를 소화하며 천금 같은 3점포 한 방을 포함해 선수들을 한데 모으는 리더십과 수비에서 헌신하며 팀의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앞선 2차전에서 정희재는 24분 34초를 뛰며 3점슛 4개(4/10)를 적중하며 12득점을 몰아치기도 했다.

경기 후 만난 정희재는 "사실 3-0까지 밀릴 상황은 아니었는데, 경험 부족과 상대 기세에 눌려 경기가 계속 꼬였었다"며 "하지만 3차전부터 답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균열을 파고든 것이 오늘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특히 3차전 뼈아픈 역전패 이후 팀 분위기를 다잡는 과정에서 정희재의 리더십이 빛났다. 정희재는 "호텔 층 전체가 아쉬움 섞인 욕설과 탄식으로 가득했을 만큼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면서 "나까지 다운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일부러 후배들에게 장난도 치며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정희재와 고양 소노 선수단. /사진=KBL 제공

이어 정희재는 "오늘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보며 울컥했다. 14년 차 선수 생활 중 이런 응원은 처음인 것 같다"며 팬들을 향한 깊은 감사를 전했다.

KCC라는 '슈퍼팀'을 상대하는 부담감에 대해서도 정희재는 단호했다. 그는 "네임밸류 차이는 인정하지만 농구는 개인 종목이 아닌 팀 스포츠"라며 "5명, 많게는 12명이 똘똘 뭉쳐 팀 대 팀으로 부딪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KBL 역사에 전례 없는 '리버스 스윕'에 대해서는 확률을 넘어선 간절함을 내비쳤다. 정희재는 "6위 팀의 우승 확률이나 소노의 리버스 스윕 확률이나 모두 0%로 똑같다"며 "이제는 확률을 따지기보다 누가 더 한 발 더 뛰고 간절하냐에 따라 최초의 역사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 사무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손창환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정희재는 "회장님부터 사무국까지 '농구만 잘하면 된다'고 배려해 주신 부분에 보답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나를 더 괴롭혀달라"던 손창환 감독을 향해서는 "경기 끝나고 또 버스 안에서 하루종일 비디오를 보실 감독님이 조금만 더 고생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이미 5차전 매진 소식을 접했다는 정희재는 "팬들에게 취소표 연락이 가지 않게 해서 정말 다행이다. 이번 시즌 내내 이어온 '미라클'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고 싶다"며 "고양을 거쳐 다시 이곳 부산으로 돌아오겠다"는 필승 각오를 다졌다.

케빈 켐바오(왼쪽)와 정희재.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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