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잠실구장.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전.
두산이 9-7로 앞선 9회초. 믿었던 클로저 이영하가 2사 후 나승엽에게 동점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9-9 원점.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향했다. 이어진 롯데의 10회초 공격. 마운드를 이어받은 투수는 '프로 2년 차' 양재훈(23)이었다.
완벽투였다. 양재훈은 10회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선두타자 손성빈을 9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장두성을 4구째 역시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낸 뒤 후속 전민재마저 5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속구 최고 구속은 151km.
이어 두산이 10회말 점수를 뽑지 못한 가운데, 연장 11회초. 롯데의 마지막 공격. 양재훈은 선두타자 손호영을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4연속 탈삼진 성공. 후속 황성빈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양재훈은 고승민마저 풀카운트 끝에 7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 이날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2이닝 5탈삼진 퍼펙트. 그리고 연장 11회말 팀이 강승호의 끝내기 희생타를 앞세워 승리하면서 양재훈은 프로 데뷔 2년 만에 감격의 데뷔 첫 승을 챙길 수 있었다.
양재훈의 호투와 함께 두산도 연패를 '3'에서 끊어냈다. 두산은 19승 1무 22패를 마크하며 단독 7위에 자리했다.
부산수영초-사직중-개성고-동의과학대를 졸업한 양재훈은 2025 신인 드래프트 7라운드 전체 66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계약금은 5000만원.
지난 시즌에는 19경기에 구원 등판, 1세이브 평균자책점 4.24를 마크했다. 총 23⅓이닝 19피안타(3피홈런) 8볼넷 19탈삼진 11실점(11자책)의 성적을 냈다. 올 시즌에는 이 경기까지 포함해 1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3.74, 총 21⅔이닝 19피안타(2피홈런) 12볼넷 26탈삼진 11실점(9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43, 피안타율 0.235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사령탑인 김원형 감독은 경기 후 "불펜 투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해주며 승리할 수 있었다. 먼저 김정우가 7회 1사 만루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버티고 다음 이닝도 완벽히 막았다. 이영하도 좋은 공을 던졌는데 상대 타자가 잘 쳤다. 피홈런 이후 흔들리지 않은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양재훈은 어제(15일) 많은 공을 던졌지만, 팀을 위해 투혼을 발휘했다. 2이닝을 완벽히 막아주며 끝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재훈은 15일 롯데전에서도 구원 등판, 1이닝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1자책)을 마크했다. 당시 총 투구수는 32개였다. 그리고 이날 34개의 공을 뿌리며 승리를 따낸 것이다.
계속해서 김 감독은 "야수들 모두를 칭찬하고 싶다. 캡틴 양의지가 중요한 순간 홈런을 쳤고, 11회 조수행과 박지훈, 강승호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리할 수 있었다. 긴 경기였음에도 관중석을 끝까지 지켜주신 팬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경기 후 양재훈은 "데뷔 첫 승을 거두게 돼 감격스럽다. 어제(15일)는 제구가 많이 흔들렸는데, 오늘은 '맞더라도 한가운데만 보고 던지자'라고 마음먹었다. 원래는 1이닝만 던지고 내려오는 것으로 계획했지만, 감독님께서 '지금 공이 좋으니까 11회까지 던져보자'고 말씀해주셨다. 끝까지 믿고 맡겨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지금 이 순간일 것 같다. 그리고 두산에 지명되던 순간도 떠오른다. 고등학교 졸업 후 신인 드래프트에서 미지명됐을 때, 포기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그동안의 땀방울이 모여 드디어 오늘 '첫 승'이라는 꽃을 피운 것 같아 무척 기쁘다"고 진심을 전했다.
끝으로 그는 "첫 승 기념구는 부모님께 선물하려고 한다. 평소 무뚝뚝한 성격이라 표현을 많이 못 했는데,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 앞으로 효도 많이 하겠다"고 약속하며 다음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