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작년 이맘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는 윌머 플로레스(34)였다. 지난해 5월17일(이하 한국시간) 애슬레틱스전에서 홈런 3방 포함 8타점을 올리며 ‘인생 경기’를 펼쳤다. 당시까지 44경기 41타점으로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와 함께 양대리그 통틀어 타점 1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앞에서 타점을 싹 쓸어가며 찬스에서 해결 능력을 뽐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플로레스는 빅리그 무대에 없다. 토로스 데 티후아나 소속으로 멕시칸리그에서 뛰고 있다. 메이저리그 13시즌 통산 169홈런을 기록한 중장거리 타자로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125경기 타율 2할4푼1리(419타수 101안타) 16홈런 71타점 OPS .686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냈지만 메이저리그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했다.
지난 17일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지난겨울 FA 시장에서 플로레스는 메이저리그 계약을 제안받지 못했다. 콜로라도 로키스가 논로스터 초청 선수를 제안한 게 유일했다. 리빌딩 중으로 젊은 선수들이 많은 콜로라도에선 기회를 잡기 어려울 거라고 판단, 이를 거절했지만 다른 팀에선 플로레스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원소속팀 샌프란시스코와 재결합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플로레스는 “자이언츠 재합류를 계속 타진했는데 그들은 루이스 아라에즈와 계약하기 전까지 2루수를 찾고 있었다고 했다. 아라에즈와 계약하지 않았다면 내가 돌아갈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그들이 아라에즈와 계약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고 돌아봤다.
결국 FA 미아가 된 뒤 멕시코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는 플로레스는 “분명 어느 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스러웠다”며 “야구가 많이 변했다는 걸 안다. 공을 강하게 치는 선수들을 찾고 있고, 여러 지표들이 많다. 야구를 할 줄 아는데 타구 속도나 장타력이 부족한 선수들이 있다. 그렇다고 그런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없는 건 아니다”고 리그 트렌드 변화를 이야기했다.
지난해 플로레스의 클래식 기록은 나쁘지 않았지만 타구 평균 속도와 기대 장타율이 리그 하위 6%에 그치는 등 스탯캐스트 주요 지표가 나빴다. 스프린트 스피드는 하위 3%로 주력이 바닥이었다. 원래는 내야 전 포지션을 맡았지만 수비력이 좋지 않았고, 지난해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 수비 가치도 거의 없었다. 세부적인 지표는 보여지는 기록보다 훨씬 좋지 않았고, 30대 중반 나이까지 더해져 플로레스는 빅리그 외면을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 14시즌을 뛴 외야수 출신으로 토로스 데 티후아나를 이끌고 있는 로베르토 켈리 감독은 “야구가 너무 많이 바뀌고 있다. 요즘은 더 젊은 선수들을 찾고 있다. 플로레스는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현실이 이렇다”며 아쉬워했다.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메이저리그 통산 201홈런 내야수 저스틴 터너도 “플로레스가 팀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멕시칸리그에서 플로레스는 주로 1루수로 뛰며 19경기 타율 3할2푼8리(61타수 20안타) 2홈런 9타점 OPS .900을 기록 중이다. 다시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하는지에 대해 플로레스는 “모르겠다. 솔직히 이 길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 모르겠다. 여전히 야구를 하고 있지만 정말 모르겠다. 메이저리그에 다시 돌아간다면 정말 좋겠다. 그곳이 뛰고 싶은 곳이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메이저리그 복귀가 안 된다면 한국이나 일본 같은 아시아 리그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멕시코에서 뛰는 선수들도 KBO리그 구단들의 관찰 대상이다. 시즌 중 급하게 대체자를 찾아야 할 때 멕시칸리그 선수들을 찾곤 한다. 플로레스는 “무심코 일상을 보내다 보면 자신이 가진 걸 소중히 여기지 못하곤 한다. 하지만 난 야구를 하고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보겠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