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상승세가 무섭다. 시즌 초반 최하위에 머물며 고전하던 키움이 5연승으로 마침내 꼴찌 탈출에 성공, 중위권 도약을 향한 무서운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어느새 8위에 진입한 극적인 반등 뒤에는 마운드의 안정과 타선의 집중력도 있었지만, 야구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진짜 숨은 주역'은 따로 있다. 바로 키움의 유격수 자리를 든든하게 잠근 유격수 권혁빈(21)이다.
키움은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원정 경기에서 7-0으로 완승을 거두며 파죽의 5연승을 질주했다.
이번 5연승은 2024년 7월 2일(고척 LG전) 이후 정확히 689일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당시 6연승까지 달렸던 키움은 이번 완승을 통해 최근의 가파른 상승세를 고스란히 이어갔으며, 리그 하위권을 완벽히 탈출해 상위권 도약을 위한 확실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팀의 반등 중심에 바로 권혁빈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까다롭고 체력 부담이 큰 유격수 포지션에서 2년 차 신인 선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며 연승 행진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숫자가 권혁빈의 수비 가치를 완벽하게 증명한다. 이번 시즌 총 18경기에 출전한 권혁빈은 유격수 자리로 17경기에 나섰다. 이 가운데 15차례나 선발 라인업에 유격수로 이름을 올렸다. 설종진(53) 키움 감독의 굳건한 신임 속에 키움의 고정 유격수로 자리 잡은 그는 총 116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단 1개의 실책(5월 16일 창원 NC전)만 범했다. 이번 시즌 수비율은 무려 98.4%에 달한다. 이번 시즌 내로라하는 베테랑 유격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KBO 리그 중상위권에 해당하는 지표다.
사실 이번 시즌 초반 키움은 내야 수비 불안으로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주며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다. 수비 뼈대가 흔들리니 투수들도 흔들렸고, 이는 곧 패배 공식으로 이어지며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초부터 권혁빈이 유격수 자리에 본격적으로 고정 기용되면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권혁빈의 최대 장점인 빠른 주력과 넓은 수비 범위, 그리고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이 내야 전체에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안우진까지 로테이션에 복귀해 선발진들이 안정됐기에 수비 안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까다로운 타구를 척척 잡아내니 투수들의 어깨가 가벼워졌다. 이는 팀의 실점 감소와 승리로 직결됐다. 689일 만의 5연승이라는 기록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동력으로 꼽힌다.
프로야구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확실한 장기 하나만 있어도 1군에서 '롱런'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리고 그 장기의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수비'다. 실제로 KBO리그의 명장들은 "비에는 기복이 없다"는 격언을 자주 인용하곤 한다. 탄탄한 수비력을 갖추고 있으면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더라도 경기 흐름을 망치지 않고, 1군 무대에서 꾸준히 경기를 치르며 타격까지 적응해 나갈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권혁빈이 바로 이 정석적인 전철을 밟고 있다. 그는 리그 상위권의 탄탄한 수비를 발판 삼아 험난하다는 1군 타석에서의 적응력도 점차 더해가고 있다. 수비에서 얻은 자신감은 고스란히 방망이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권혁빈은 22일 LG전에서도 팀이 4-0으로 앞선 6회초 1사 2루서 배재준을 상대로 달아나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승부의 추를 완전히 키움 쪽으로 가져왔다. 수비로 실점을 막고, 타석에서는 점수를 짜내며 팀의 7-0 완승과 5연승에 부인할 수 없는 공신이 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