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재 선수가 어제(3일) 경기에 나오는 걸 보고 나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33)이 아찔했던 자신의 사구 4개를 돌아보며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에 다시 한번 미안함을 전했다.
네일은 2일 광주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6사사구(2볼넷 4몸에 맞는 공) 4탈삼진 무실점으로 KIA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무실점으로 끝났지만, 경기 내용은 썩 좋지 못했다. 스위퍼와 싱커가 손에서 많이 빠지면서 개인 한 경기 최다 사구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네일의 한 경기 최다 사구는 2개였고, 최다 사사구도 5개였지만, 이날 경신했다. 특히 전민재의 부상이 아찔했다. 4회말 1사 1루 2B2S에서 네일이 던진 146㎞ 투심 패스트볼이 전민재의 왼쪽 손날에 맞았다. 맞자마자 크게 뒹굴 정도로 고통을 호소한 전민재는 곧장 교체돼 인근 병원으로 향했고, 타박상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불편감이 남아 있어 이틀 연속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이에 다음 날 직접 통역과 함께 롯데 라커룸을 찾은 네일이다. 4일 광주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네일은 "전민재 선수가 병원에 갔다는 소식에 많이 걱정했다. 다행히 괜찮다고 들었고 이후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 놓였는데, 전민재 선수 포함 내가 맞힌 선수들에게도 직접 사과하고 싶었다. 절대 누구를 맞히려고 던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어릴 때 야수를 하면서 공에 맞아봤고, 누구를 일부러 맞히는 건 내 성향상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싱커(혹은 투심 패스트볼)를 많이 던지는 투수이다 보니 때때로 공이 손에서 빠질 때가 있다.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는 점을 다른 팀들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KBO 3년 차를 맞이한 네일은 올해 12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3.50, 69⅓이닝 22사사구(12볼넷 10몸에 맞는 공) 52탈삼진으로 가장 좋지 못한 성적을 내고 있다. 올시즌 초반 많은 홈런에 공인구 이야기가 나왔는데, 네일은 부진의 이유로 일단 공인구는 아니라고 했다.
네일은 "볼넷 비율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제구가 지난해보다 안 좋았다는 지적엔 동의한다. 공인구 하나만의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와 관련한 어려움도 있고 구장마다 마운드 높이나 환경이 다 달라, 이유는 복합적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더 나은 성적을 위해 피치 디자인에 변화를 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네일은 "나도 KBO 3년 차이기 때문에 각 구장의 환경은 어느 정도 안다. 다만 3년 차가 되면서 내 투구 방식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느꼈다. 나는 기본적으로 싱커볼러고 공을 낮게 떨어트리는 것에 강점이 있는 투수다. 하지만 이제 KBO 타자들도 나를 잘 알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전처런 계속 낮은 존만 공략할 수는 없어 공을 위쪽으로 던지려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높은 존을 활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변화된 피치 디자인에 맞게 밸런스나 마운드 높이 등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잘하든 못하든 승운이 따르지 않는 건 여전하다. 네일은 2024년 26경기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음에도 12승(5패)을 챙기는 데 그쳤고, 27경기 평균자책점 2.25로 커리어하이였던 지난해도 고작 8승(4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네일이 등판할 때면 많은 땅볼 타구에 실책도 자주 나와 3년간 142실점 중 비자책점이 32점에 달한다. 올해도 6번째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지만, 아직 2승(4패)에 그치고 있다.
이에 네일은 "승리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끝으로 불과 3~5개월의 짧은 인연에도 아직 미국에서 자신을 응원해주는 옛 동료 윌 크로우(32)에게는 다시 한번 고마움을 나타냈다. 2년 전 네일과 함께 KIA에 입단했던 크로우는 팔꿈치 수술로 그해 5월 한국을 떠나 은퇴했다.
하지만 여전히 KIA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네일의 경기는 꼭 시청한다고 말해 감동을 준 바 있다. 네일은 "크로우는 내게 정말 많은 힘이 되는 친구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이곳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정확히 이해해줄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에 있는 사람들도 정확히 알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크로우는 이 생활을 함께했던 선수라 내가 어떤 마음인지 잘 이해해준다. 그래서 지금도 많이 의지할 수 있는 친구고, 그런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