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호텔방에서 눈물을 흘리던 아들이 이제는 일본 무대를 정복한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했던 '전설' 성정아(61) 대한민국농구협회 이사가 아들 이현중(26)의 성장을 바라보며 "저도 놀랍다. 선수로서 이제는 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뿌듯해했다.
성정아 이사는 5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아들 이현중의 엄청난 활약상에 대해 "뿌듯하면서도 떨린다"며 "이제 저와 비교할 수 없는 정도가 됐다. 멘탈이나 농구를 대하는 자세를 보면 정말 강해졌고, 훌륭하게 성장했다. 그래서 요즘 현중이를 보면 저도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성 이사는 "저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현중이를 보려고 한다. 못하면 못한다고 생각하려고도 한다"면서도 "그런데 엄마인 제가 이런 말을 드리기는 그렇지만, 현중이를 보고 있으면 '이렇게 매년 성장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농구를 대하는 자세를 비롯해 여러 부분에서 굉장히 남다른 것 같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현중이 얘기를 들어보면 이정현(고양 소노), 양준석, 유기상(이상 창원 LG), 여준석(시애틀) 등 또래 선수들도 비슷한 멘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더라"며 "그런 부분에서 한국 농구의 미래가 많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현중은 2025~2026시즌 일본 B.리그 나가사키 벨카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구단 역사상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정규리그 57경기에서 평균 17.4득점, 5.6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했고, 3점슛 성공률 47.9%와 3점슛 성공 187개로 두 부문 모두 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플레이오프에서도 강했다. 이현중은 8강 2차전에서 27점 10리바운드 더블더블을 작성했고, 우승이 걸린 파이널 3차전에서는 3점슛 3개 포함 23점 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B.리그 베스트5, 아시아쿼터 최우수선수상, 챔피언십 MVP까지 거머쥐며 일본 리그를 완전히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이제 이현중은 또 한 번 큰 도전을 준비한다.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 유니폼을 입고 올여름 NBA 서머리그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현중의 소속사 에픽스포츠에 따르면 여러 NBA 구단이 이현중에게 관심을 보냈고, 이 가운데 최종 행선지는 NBA 명문 샌안토니오로 정해졌다. 이번이 세 번째 서머리그 도전이다. 앞서 이현중은 두 차례 NBA 서머리그에 참가했으나 충분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당시 이현중이 느낀 실망감도 컸다. 성 이사는 "이전에도 서머리그 부름을 받아 가기는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회를 많이 주지 않았다. 포틀랜드에 있을 때도 팀 코치가 현중이를 굉장히 좋아하면서 현중이를 위한 패턴도 만들겠다고 했다. 그래서 기대를 많이 했고, 현중이도 '이번에는 기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서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때 현중이의 멘탈이 확 무너졌다. 잘 들어가던 슛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깊은 좌절감에 이현중은 호텔방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성 이사는 "그 모습을 제가 다 지켜봤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며 "저였다면 농구가 싫어서 그만두고 싶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현중은 다시 일어섰다. 서머리그에서의 아쉬움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고, 호주 무대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성 이사는 "호주에 처음 갔을 때 선수들의 피지컬이 너무 좋아 현중이가 주눅이 들었다. 그때도 울면서 못하겠다고 했다. 언어적인 부분에서도 호주는 영국식 발음이 강해 잘 들리지 않는다고 많이 당황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이현중은 그 시간도 이겨냈다. 성 이사는 "나중에는 현중이가 선수단의 주장 역할까지 맡았다"며 "제가 키운 것보다 밖에 나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더 크게 성장한 것 같다"고 대견해했다.
이현중은 지난 시즌 전 소속팀 일라와라 호크스의 호주프로농구(NBL)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후 일본으로 무대를 옮긴 뒤에도 나가사키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으며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번 서머리그 도전을 앞두고 성 이사는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냈다. 또 고비 때마다 스스로 이겨내는 아들이 뿌듯하다고 했다.
성 이사는 "현중이는 계속 자신보다 버거운 무대에 서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선택지는 두 가지다. 좌절해서 포기하거나, 그래도 한 번 이겨보고 싶은 욕심을 갖거나"라며 "다행히 현중이는 한 번 이겨보겠다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본인이 이겨낼 것 같다. 샌안토니오도 현중이에게 더 진지하게 관심을 보냈다"고 기대했다.
성 이사는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했던 전설적인 선수다. 1984 LA올림픽 은메달 주역이었고,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도 힘을 보탰다. 실업 무대에서는 삼성생명의 전신인 동방생명에서 활약하며 농구대잔치 5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1989년에는 대회 MVP에도 선정됐다.
이처럼 화려한 커리어를 지닌 농구 선배이자 어머니를 둔 이현중이지만, 성 이사는 아들에게 많은 조언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저는 조언을 잘 하지도 않지만, 현중이도 제 조언을 듣지 않는다. 얘기하면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한다"고 웃었다.
이어 "사실 지금은 현중이에게 해줄 얘기도 없다. 일본에서 우승한 뒤에도 현중이는 훈련을 나갔다. 훈련을 안 하면 몸이 너무 무겁고 힘들다고 하더라. 운동하고 돌아오면 '이제 좀 살 것 같다'고 말하는 아들"이라고 칭찬했다.
오히려 성 이사는 자신이 이현중을 보며 배운다고 했다. 그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대표팀 선수가 됐고, 이후 바쁘게 지냈다. 실업팀에 간 뒤에는 무릎 부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그런데 현중이를 보면서, 나도 현중이처럼 계속 발전하려고 했다면 더 훌륭한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선수 시절에는 무릎을 다친 뒤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고 경기에 들어가는 시간이 많았다. 솔직히 말하면 고등학교 때 했던 농구를 가지고 실업팀에 들어가 은퇴할 때까지 버틴 셈"이라고 되돌아봤다.
성 이사는 "현중이를 보니깐 매년 성장하는 게 제 눈에도 보여서 무척 신기하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성 이사의 남편이자 이현중의 아버지는 이윤환 삼일상고 감독이다. 현재 한국중고농구연맹 부회장도 맡고 있다. 이현중 역시 삼일중, 삼일상고를 거친 뒤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데이비슨대에 진학하며 더 높은 꿈을 키웠다.
성 이사는 "현중이가 말이 많지는 않지만, 아빠와는 얘기도 많이 하고 잘 맞는다. 어떻게 보면 현중이에게 아빠는 아버지이자 은사님일 수 있다"며 "아빠가 있는 학교에서 뛰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는데, 현중이가 '아빠 곤란하지 않게 내가 열심히 잘할게'라고 딱 한마디 했다"고 떠올렸다.
당시 삼일상고 코치는 현재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이끄는 강혁 감독이었다. 이현중은 강혁 감독에게 혹독한 지도를 받으며 성장했다. 성 이사는 "현중이가 많이 혼났다. 그 모습을 보면 아빠도 무안할 수 있으니, 체육관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기도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남편은 지금도 현중이에게 '그때 강혁 감독이 그렇게 잡아주지 않았다면 너는 선수가 될 수 없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강혁 감독의 진심 어린 지도에 대한 고마움이 담긴 말이었다.
성 이사는 그렇게 농구 선배이자 어머니로서 아들 이현중의 성장을 지켜봤다. 오히려 농구인 가족이었기에 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고 털어놨다. 학부모 행사 참석은 물론, 한 선수의 어머니로서 아들을 지원했다. 성 이사는 "저는 엄마니깐, 당연히 엄마로서 해야할 일을 한 것뿐"이라면서 "다만 농구인 가족이라는 시선이 있었을 수도 있고 오해도 있었을 수 있지만, 엄마로서 제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현중이 성 이사와 이 감독 중 누구를 더 닮았냐는 질문에 성 이사는 "사실 저는 남편의 선수 시절을 잘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현중이의 손끝 감각은 확실히 남편을 닮은 것 같다. 남편이 농구를 늦게 시작했지만,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슛 감각이 뛰어났다고 하더라. 또 남편에게 끈기가 있는데, 그런 부분도 현중이가 닮은 것 같다. 나머지는 저를 닮은 것 같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성 이사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이겨내는 현중이가 대견스럽다"며 "현중이가 자신의 꿈을 위해 NBA 무대를 밟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어 "한국 농구를 위해서도 현중이의 도전이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현중이가 NBA 무대를 밟아 한국 농구에 다시 붐을 일으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엄마로서 또 농구 선배로서 그보다 더 보람된 일이 어디 있겠나"라며 "현중이가 그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애정 어린 응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