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더그아웃엔 '대체 무슨 일이' 7개월 함께한 외인은 울며 떠나고, '퇴출 위기' 日 투수는 필승조로 돌아왔다

김동윤 기자
2026.08.05 07:17
KT 위즈는 후반기 12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리그 1위를 기록하며 마운드의 안정을 보여주었다. 제춘모 코치는 고참 선수들이 토대를 만든 서로를 챙기는 투수조 문화가 팀 분위기와 성적의 비결이라고 꼽았다. 이러한 문화 덕분에 외국인 투수 보쉴리는 눈물을 흘리며 떠났고 일본인 투수 스기모토는 팀에 완벽히 적응하며 필승조로 거듭났다.
KT 스기모토(왼쪽)와 소형준. /사진=KT 위즈 제공

고작 7개월 남짓 함께한 외국인 투수가 울면서 떠났다. 이국땅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해 얼어있던 일본인 투수는 퇴출 위기를 극복하고 필승조가 돼 돌아왔다. 두 장면 뒤에는 서로를 자기 일처럼 챙기는 KT 투수조 문화가 있었다.

KT는 후반기 12승 1무 1패(승률 0.923)로 가장 뜨거운 팀이다. 후반기 승률 2위(8승 2무 4패·0.667) 두산 베어스와도 상당한 격차로 마운드가 안정된 것이 컸다. KT 팀 평균자책점은 2.69로 리그 1위다. 물론 에이스 고영표(35)가 버티는 선발진과 구위가 살아난 불펜 투수, 그리고 벤치의 운용이 함께 맞아떨어진 결과다.

제춘모(44) KT 위즈 1군 투수코치는 여기에 팀 분위기를 꼽았다. 최근 수원에서 만난 제춘모 코치는 "우리 불펜 투수들은 서로 승계주자를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앞선 투수가 남긴 주자를 막아주면 정말 고마워한다"며 "보통은 '내 것만 잘하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 선수들은 진심으로 막아주려고 한다. 막지 못하면 정말 미안해한다. 그런 모습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불펜 투수에게 승계주자는 다른 투수가 내보낸 주자다. 홈으로 들어와도 자신의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KT 투수들은 그 주자를 막는 일을 개인 기록과 별개의 일로 여기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고참들이 있었다.

제춘모 코치는 "(우)규민이나 (고)영표 같은 고참들이 토대를 만들었다. 나는 선수들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려고 한다"라며 "그 안에서 선수들끼리 움직인다. 스기모토도 그 안으로 들어왔다. 시즌이 갈수록 이런 문화가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영표(오른쪽). /사진=KT 위즈 제공

KT 구단 관계자는 "중심을 잡아주는 건 고영표 선수다. 고영표 선수는 교수님처럼 선수들이 물어보는 것마다 일일이 답해주고, 잘못된 것이 있을 땐 지적한다. 그런가 하면 우규민 선수는 선수들을 정말 잘 챙긴다. 후배들이 믿고 따른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일본인 아시아쿼터 스기모토 코우키(26)는 시즌 초 낯선 KBO 리그 응원과 한국 선후배 문화에 미리 긴장했다. 그러나 동료들이 먼저 식사를 제안하고 장난을 주고받으면서 팀에 스며들었다.

스기모토는 "선배들이 정말 많이 챙겨줬다.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때도 먼저 같이 가자고 해준다. 최근 창원 원정에서는 선수들과 함께 장어를 먹으러 갔다. 정말 맛있었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문화 덕분에 나도 이 팀에 많이 적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주권(31)도 특정한 한 사람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감독님, 제춘모 코치님, 전병두 코치님이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신다. 다른 선배들도 편하게 대해주시기 때문에 나도 장난치고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그러면 안 되는 상황에서는 눈치를 본다. 하지만 분위기를 좋은 쪽으로 이어가려고 장난도 많이 친다"고 밝혔다.

KT 우규민(오른쪽). /사진=KT 위즈 제공

제춘모 코치는 KT 투수진이 놀이터가 되길 바랐다. 그렇다고 규율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코치진이 필요한 순간에는 분명하게 방향을 잡고, 그 안에서는 선수들이 서로 조언하며 문제를 해결하도록 맡긴다는 의미였다.

그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권위적으로 대하는 분위기가 없다. 나도 필요한 순간에만 잡아주고 나머지는 선수들이 그 안에서 놀도록 한다"라며 "어린 선수들은 야구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많다. 그런데 1군에 올라오면 선배들이 정말 좋은 말을 많이 해준다. 내가 해야 할 말을 선배들이 다 해줄 정도다. KT 투수진만의 정말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이러한 KT 팀 문화는 새로 들어온 선수들도 빠르게 녹아들도록 했다. 얼마 전 부상으로 떠난 케일럽 보쉴리(33)는 함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끝내 선수단과 마지막 미팅에서 눈물을 참지 못했다. 스기모토는 제춘모 코치로부터 "한국 사람 다 됐다"라는 농담을 들을 정도로 적응을 마쳤다.

물론 좋은 분위기가 언제나 좋은 성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선 동료가 남긴 주자를 내 책임 주자처럼 여기는 문화는 팀을 자연스레 하나로 만들고, 긴 시즌의 부침을 함께 견디는 기반이 됐다. 소형준(25)은 "우리 팀은 서로 쓴소리할 게 없다. 서로를 너무 잘 알다 보니 이 선수가 왜 이렇게 하고 있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 안 해도 안다. 내가 (오)원석이한테 할 때 말고는 쓴소리할 게 없다"고 미소 지었다.

주권. /사진=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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